[column of the week] 미국의 '소득분배 불평등'이 심하다는 착각

입력 2018-08-16 16:52
필 그램 전 미국 상원 은행위원장·존 얼리 바이털퓨컨설팅 대표

미국의 소득분배 수준이
다른 선진국 비해 불평등?

미국이 저소득층에 분배하는
이전소득을 반영하지않은
OECD의 편향된 통계 때문

미국의 정확한 지니계수는
0.39가 아니라 0.32가 돼서
주요 7개 선진국 중 중간수준

소득 대비 세금으로 따지면
OECD 회원국 고소득층중
美 고소득층이 가장 많이


[ 유승호 기자 ]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번영한 나라지만 어떤 사람들은 미국의 소득 분배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불평등하다고 주장하면서 종종 미국의 이름에 흠집을 내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근거로 제시한다. OECD 통계에서 미국의 소득 분배는 주요 7개 선진국(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호주 캐나다) 중 가장 불평등한 것으로 나온다. 미국의 진보주의자들은 소득 분배가 더 평등해져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 통계를 무기로 사용한다.

그러나 OECD 소득분배 통계는 편향돼 있다. 미국이 복지정책을 통해 저소득층에 분배하는 이전소득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덜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이전소득을 모두 포함하면 미국의 소득분배 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슷해진다.

OECD는 각국의 불평등 정도를 지니계수로 측정한다. 지니계수는 0부터 1까지 소수점 수치로 표시되는데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모든 가정의 가처분소득이 똑같다면 그 나라의 지니계수는 0이 된다. 반대로 한 가정이 그 나라 가처분소득의 대부분을 갖고 있다면 지니계수는 1에 가까워진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 중 독일의 지니계수가 0.29로 가장 낮고 미국이 0.39로 가장 높다.

그러나 소득을 계산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정부가 저소득 가구에 지급하는 이전소득 중 상당 부분을 소득 계산에서 제외한다. 일반적인 기준과는 거리가 있는 방식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 인구통계국은 소득하위 40% 가구에 연간 7600억달러 이상의 혜택을 주는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장애인 의료보험)를 빼고 소득을 계산한다.

또 OECD 통계엔 미국 저소득층에 연간 5200억달러의 혜택을 주는 93개 재분배 정책 효과가 반영돼 있지 않다. 어린이 건강보험, 빈곤가정 일시적 지원 정책, 여성과 유아·어린이를 위한 특별 영양보조 정책 등이다. 이와 별도로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재분배 정책에 3100억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결국 OECD 통계엔 미국 저소득층 가구에 분배되는 1조6000억달러가 빠져 있다. 이는 미국 저소득층에 이전되는 소득의 80%에 달한다. 이 때문에 OECD가 발표하는 미국 지니계수는 매우 왜곡돼 있다. 미국의 정확한 지니계수는 0.39가 아니라 0.32가 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소득 분배는 주요 7개 선진국 중 중간 정도가 된다.

다른 나라의 지니계수 역시 복지정책 효과를 반영하면 더 좋아질지 모른다. OECD는 각국의 소득 수준에 따른 이전소득 규모를 발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전소득을 반영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지니계수 변화 폭은 미국만큼 급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소득 최하위 20% 가구의 가처분소득 중 정부 재정을 통한 이전소득 비중은 84.2%다. 그다음 20% 가구의 가처분소득에선 이 비중이 57.8%다. 전체 미국인의 가처분소득 중 28.5%가 이전소득이다. 인구통계국 조사에선 이 비율이 15%인데 실제로는 거의 두 배에 달한다.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모든 선진국보다도 큰 비중이다. 프랑스는 가처분소득 중 이전소득이 33.1%를 차지한다.

또한 미국의 소득세 제도는 선진국 중 가장 진보적이다. 미국 상위 10% 가구 소득이 미국인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5%인 데 비해 사회보험료와 의료보험료를 포함한 전체 소득세 세수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45.1%다. 소득 상위 10% 가구는 그들이 버는 몫에 비해 1.35배 많은 돈을 세금으로 내고 있다. 독일은 상위 10%가 소득 대비 1.07배 많은 세금을 낸다. 프랑스에서 이 비율은 1.1배다.

다른 나라에선 고소득층이 세금을 적게 내는 만큼 그 아래 계층이 세금을 많이 낸다.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나머지 계층이 전체 소득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보면 독일인 부담이 미국인보다 77% 높다. 프랑스의 상위 10%를 제외한 계층은 미국의 같은 계층에 비해 거의 두 배의 비율로 세금을 납부한다.

진보주의자들이 유토피아로 묘사하는 스웨덴조차 상위 10%가 내는 소득세는 국내총생산(GDP)의 5.9%밖에 안 된다. 이는 미국 상위 10%의 그것과 비교할 때 22% 적은 것이다. 스웨덴의 상위 10%를 제외한 계층은 GDP의 16.3%에 해당하는 소득세를 낸다. 미국의 같은 계층보다 77% 높은 수치다.

미국 세제가 얼마나 진보적인지를 보여주는 근거는 또 있다. 미국은 부가가치세가 없으며 소득세 이외의 세금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8%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대부분 선진국은 고율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 역진적인 세제를 통해 매우 많은 세금을 징수한다.

모든 이전소득과 세금을 포함하면 미국은 프랑스를 제외한 어떤 나라보다도 대규모로 소득을 재분배한다. 소득 대비 세금으로 따지면 미국 고소득층은 다른 어떤 OECD 회원국 고소득층보다도 많은 세금을 부담한다. 대규모 소득 재분배와 고도로 진보적인 세제를 추구하는 미국의 꿈은 이미 실현됐다. 미국을 유럽처럼 만들고 싶다면, 중간 소득층을 ‘부자’로 규정하고 (유럽에서처럼) 그들로부터 지금보다 두 배 더 많은 세금을 걷으면 된다.

원제=The Myth of American Inequality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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