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헛발질'로 끝난 국토부 현장 단속

입력 2018-08-15 18:24
양길성 건설부동산부 기자 vertigo@hankyung.com


[ 양길성 기자 ] 지난 12일 국토교통부에서 문자 한 통이 왔다. 13일 오후 부동산 투기 현장을 점검하니 동행 취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번 단속은 지난 3일 국토부가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지역에 고강도 현장 단속을 경고한 뒤 이뤄진 후속 조치였다.

국토부 단속은 마치 특수작전을 방불케 했다. 당일 오전 10시까지도 “보안상 이유”라며 단속 현장을 함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 영등포 일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만 했다. 이 관계자는 오전 11시27분께 “서울지하철 4호선 동작역 앞 한강홍수통제소로 오후 2시15분까지 모여 달라”는 문자를 다시 보냈다. 이후 30여 명의 기자를 실은 버스가 올림픽대로 위를 달릴 때도 국토부는 입을 다물었다. 버스는 반포동과 압구정동을 지나 재건축 투자 열기가 뜨거운 송파구 잠실동 잠실5단지 앞에 내렸다.

긴박했던 단속은 그러나 30분 만에 허망하게 끝났다. 국토부, 서울시 합동점검반원 두 명이 30여 개 중개업소가 밀집한 중앙상가에 들어섰지만 문이 열린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지난주만 해도 영업했는데 단속이 나온다는 소식이 새 나간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일부 영업 중인 중개업소도 단속반이 들이닥치자 재빨리 불을 끄고 문을 걸어 잠갔다. 결국 이날 송파구 일대에 파견된 단속반원 여덟 명은 중개업소 다섯 곳을 둘러보는 데 그쳤다.

현장 단속은 집값이 치솟을 때마다 정부가 즐겨 쓰는 단골 메뉴다. 실효성은 크지 않다. 중개업소들이 문을 닫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현장 단속에서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 중개업소 30곳 중 70%가 문을 닫았다. 한 중개업자는 “단속이 나오면 언제든 문 닫을 준비가 돼 있다”며 “카페나 오피스텔 등에서도 얼마든지 거래는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국토부는 오는 10월까지 서울 25개 구를 조사할 계획이다. 집값이 급등한 용산·마포·영등포구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집중 대상이다. 현장 단속을 강화하면 집값이 잡힐까. 이날 단속 현장에서 만난 한 중개업자는 이렇게 항변했다. “(여의도) 개발 계획을 쏟아내서 집값 올린 건 정부인데, 왜 중개업소만 갖고 그럽니까? 우리가 만만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