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洲 독립운동 명문가…강명화 지사 손녀 수잔 강
독립자금 지원·英文신문 발간한 父
美에 3·1운동 '독립의 외침' 알려
父자료 382점 독립기념관에 기증
"가문의 기억이 역사가 돼 영광"
[ 이미아 기자 ] “어머니께서 평생 간직한 아버지의 독립운동 자료가 제게 ‘기억’을 선물했어요.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한 우리 가문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미주 지역 최대 독립운동 명문가로 꼽히는 고(故) 강명화 애국지사 가문 후손에게 지난 14일 3개의 훈장이 전달됐다. 강명화 지사의 다섯째 아들 강영각 선생(1997년 건국포장)의 딸 수잔 강 씨(74·사진)는 이날 강 지사의 아들 영대(1남·2013년 애족장), 영문(3남·2012년 애족장), 영상(4남·2013년 대통령표창) 선생의 미전수 훈장을 대신 받았다.
하와이 호놀룰루에 사는 강씨는 한국어를 못한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그의 핏속에 심어준 애국심은 언어의 벽을 뛰어넘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어요. 두 살 때 돌아가셨으니까요. 그렇지만 한인사회와 미국인에게 한국의 독립운동 실상을 제대로 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조국을 되찾고자 하던 간절한 마음은 그만큼 강했습니다.”
평안남도 강서군 증산 출신인 강명화 지사는 1905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후 대한인국민회 북미 총회장을 맡아 독립자금을 지원했다. 그의 아들 영대·영소·영문·영상·영각과 사위 양우조 선생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주도한 흥사단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강영각 선생은 1921년 해외 한인사회 최초의 영자신문인 ‘더 영 코리안(The Young Korean)’의 발행인 겸 주필을 지냈다. 강명화 지사에게는 2012년 애족장이 추서됐다. 사위 양우조 선생도 수훈(1963년 독립장)됐다. 아버지와 다섯 아들, 사위 등 총 7명이 독립운동 포상을 받은 것이다.
강영각 선생의 부인 메리 강 씨는 2011년 별세하기 전까지 남편이 남긴 신문과 독립운동 활동 사진을 보관했다. 수잔 강 씨는 당초 이 사료를 하와이주립대에 기증하려다 강명화 지사의 외증손자인 양인집 전 하이트진로 사장(61·현 어니컴 대표)에게 연락했고, 양 전 사장은 “해당 사료가 한국에 와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 와중에 영대·영문·영상 선생이 2012~2013년 건국훈장 수훈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후손이 파악되지 않아 전수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잔 강 씨는 13일 아버지의 유품과 신문기사 등 382점을 독립기념관에 기증했다. 강씨는 “가족과 가문의 기억이 살아 있는 역사가 됐다는 게 영광”이라며 “시간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만큼 젊은 세대도 과거 독립운동 투사들의 정신을 기리고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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