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밤 우왕좌왕… BMW 전차종 주차금지서 '리콜대상' 번복

입력 2018-08-14 17:40
수정 2018-08-15 08:56
BMW 차량 운행정지 명령

혼선만 더 키운 정부
안전진단車 운행 허가해 놓고
정작 정부청사 출입은 제한

공공기관·민간으로 확산되나
화재 위험성 큰 지하주차장
필로티구조 건물도 진입 막아
338개 공공기관 동참 가능성

이르면 17일 운행정지 발동
2만여대 단속 실효성 의문
개인 재산권 침해 우려도


[ 장창민/김우섭/서기열 기자 ]
정부가 BMW 차량의 주차 허용과 운행 제한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14일 정부는 전국 10개 청사에서 BMW 전 차종의 주차를 제한하기로 했다가 ‘과잉 대응’이란 비판이 나오자 한밤중에 대상을 리콜(결함 시정) 차량(10만6317대)으로 변경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최근까지 국토교통부가 “BMW 차량의 운행정지는 불가능하다”고 했다가 이날 입장을 번복한 데 이어 행정안전부도 BMW 차량의 청사 출입 제한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부의 위기 관리 시스템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BMW 청사 출입 제한 ‘오락가락’

정부의 졸속 대응은 행안부가 14일 밤 갑자기 정부청사 주차 제한 차량을 리콜 대상 차량에 한정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배포한 데서 드러난다. 당초 행안부는 BMW 전 차종(38만5921대·6월 말 등록 기준)에 대해 청사 내 지하주차장 출입을 통제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지하주차장을 비롯해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 건물 근처, 인화성 물질이 있는 구역엔 차를 댈 수 없도록 했다.

임철언 청사보안기획과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올해 화재가 난 39대의 BMW 차량 중 9대는 리콜 대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며 “BMW 전 차종에 화재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출입 제한 대상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또 리콜 대상 BMW 42개 차종(10만6317대)은 오는 20일부터 국토부의 정비이행명령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을 경우 청사 출입 자체가 금지된다는 발언도 덧붙였다.

행안부는 그러나 이날 저녁 한경 보도로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돌연 지침을 수정했다. 청사 출입 제한 차량을 BMW 전 차종이 아니라 리콜 대상 차량으로 한정하기로 한 것이다. BMW 소유주 사이에서 ‘과잉 조치’라는 비판과 함께 화재 위험이 없는 멀쩡한 차량까지 주차를 못하게 하는 데 따른 불만이 제기되자 불과 몇 시간 만에 지침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청와대와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하자 부랴부랴 급조한 대책을 내놨다가 비판이 나오자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라며 “즉흥적 결정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임 과장은 “혼선을 준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안전점검 받아도 청사 출입 제한

리콜 대상 차량의 출입 제한 조치 역시 과잉 대응 논란에 휘말릴 전망이다. 정부가 안전진단을 받은 BMW 차량의 운행허가를 결정해 놓고 정작 청사 출입을 제한하면서 정부 결정의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안전진단을 받은 BMW 차량만 8만여 대에 달한다”며 “정부가 안전진단을 통과한 차량도 안심할 수 없다는 신호를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리콜 대상 차량의 주차 제한 조치가 공공기관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지정 공공기관은 총 338개다. 공기업 35개, 준정부기관 93개, 기타공공기관 210개 등이다. 민간 사설 주차장은 물론 대기업도 정부와 공공기관 기준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어린이집, 유치원 등이 있는 곳이나 백화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도 BMW 차량 주차 제한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과잉 대응으로 정부가 되레 BMW 차량에 대한 ‘화차(火車) 포비아’만 키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BMW 차량을 모는 정모씨(51)는 “위기를 막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가 공포를 조장하고 논란만 키우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운행정지 실효성 논란도

국토부는 이날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긴급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BMW 차량에 강제점검 및 운행정지 명령을 발동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명령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하고 해당 차량 소유자가 수령하는 17~20일께 효력이 발생한다. 운행정지 대상 차량은 2만 대 안팎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 리콜 대상 BMW 차량 중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를 단속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운행을 강행하더라도 피해자인 소유자에게 귀책사유가 없어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해석이다.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자동차관리법 37조에 따른 운행정지 명령을 내리는 주체가 기초단체장인 시장·군수·구청장 등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질 조짐이다.

장창민/김우섭/서기열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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