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 대규모 적자 전환, 국민 호주머니 털게 생겼다

입력 2018-08-14 00:05
한국전력이 지난 상반기에 8147억원(연결재무제표 기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증권사 추정치보다 62.9%나 많은 적자를 냈으니 ‘어닝 쇼크’ 수준이다. 정부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안전점검을 위한 일시적 원전 가동 중단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탈(脫)원전’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단가가 싼 원자력 발전(㎾h당 66원, 올 1분기 기준) 가동률을 줄이고 석탄 발전(90원)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125원)을 늘리는 바람에 한전의 발전구매 비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석탄과 LNG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어서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국제 유연탄 가격은 t당 120.7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0% 올랐다. 국제유가에 연동되는 LNG 가격도 급등세다. 1년 새 두 배나 올랐다. 미국의 이란 제재 등으로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원전 정책이 계속된다면 한전의 실적은 더 악화될 게 뻔하다.

정부는 지난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향후 5년 동안 전기료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하지만 대규모 적자가 쌓이면 한전은 버틸 재간이 없다.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주거나 전기요금을 올려주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산업용 심야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면 제품 가격에 전기요금 인상분이 붙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냉방기기 사용은 국민의 건강·생명과 직결된 기본적인 복지로 봐야 한다”고 했다. 냉방을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저(低)비용·고(高)효율 전원(電源)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에너지의 98%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원전 외에 그런 전원이 어디에 있는가. 정부는 더 늦기 전에 ‘탈원전’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