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매도' 리포트에 한미약품·셀트리온 등 급락
체력 약해진 증시 '흔들'
반도체 이어 제약·바이오株로
외국계證 부정적 의견 확산
신라젠·파나진 등 공매도로 몸살
'셀 코리아' 신호탄 가능성
[ 최만수 기자 ] 제약·바이오주가 새파랗게 질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매도 보고서에 한미약품, 셀트리온 등 대표주가 급락했다. 바이오주 고평가 논란은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지만 이번엔 금융당국의 회계감리, 공매도 급증 등으로 ‘연타’를 맞으며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나와 충격이 컸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의견이 반도체에서 바이오로 이어지자 ‘셀 코리아’가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닥시장도 충격
13일 한미약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만4000원(7.44%) 떨어진 42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제약업종 ‘대장주’인 셀트리온(-4.23%)과 삼성바이오로직스(-3.88%)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4.37%), 신라젠(-8.46%), 제넥신(-6.21%), 메디톡스(-5.07%) 등 코스닥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바이오주가 급락하면서 코스닥지수도 29.16포인트(3.72%) 하락한 755.65에 마감했다.
터키발(發) 금융위기 가능성으로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전체 주식시장이 흔들린 상황에서 바이오주가 입은 타격은 더 컸다. 주요 제약사가 포함된 코스피200 헬스케어지수는 4.23% 하락했다. 전 업종지수 중 낙폭이 가장 컸다.
전날 골드만삭스가 공개한 부정적 내용의 보고서가 영향을 미쳤다. 골드만삭스는 한미약품에 대해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이 과대평가됐다”며 ‘매도’ 의견을 냈다. 목표주가는 전 거래일 종가(45만7000원)보다 33.5% 낮은 30만4000원으로 잡았다. 셀트리온에 대한 평가는 더 박했다. 목표주가를 전 거래일 종가(27만2000원)의 절반 수준인 14만7000원으로 제시했다.
김상수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유럽에서는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54%, 트룩시마가 27%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그런 점유율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는 미국에서 가격경쟁력이 부족하고 제도적 지원이 적으며 파트너사의 마케팅 활동도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인도 제약사가 부상하면서 유럽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가격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바이오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경고도 내놨다.
◆반도체 이어 바이오까지
외국계 증권사들의 국내 바이오주 때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말 모건스탠리가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당시 주가의 절반 수준인 8만원으로 제시해 증권가에 충격을 줬다. ‘램시마의 미국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올초에는 일본계인 노무라금융투자, 독일계인 도이체방크가 셀트리온 ‘매도’ 의견 보고서를 냈다.
당시 바이오주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이 40배까지 뛰어올라 거품 논란이 일었지만 셀트리온 주가는 3월 초 37만원대로 치솟으면서 이를 불식시켰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노한성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매니저는 “당시에는 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매도 보고서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작은 악재에도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공매도 물량까지 몰려 낙폭을 키우고 있다. 셀트리온제약, 신라젠, 파나진 등은 최근 한 달 새 두 번이나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공매도란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뒤 나중에 갚아서 차익을 남기는 투자 방법이다. 공매도 물량이 몰린다는 것은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 부정적 의견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10일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업종 전망을 기존 ‘중립’에서 ‘주의’로 하향 조정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주가가 급락했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과거 사례를 볼 때 외국계 증권사들은 비중을 축소하기 위한 근거를 만들기 위해 매도 보고서를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며 “외국인의 매도세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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