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앞에선 콧대 낮추는 구글·페이스북… '정부 검열'까지 수용

입력 2018-08-13 15:59
글로벌 트렌드

'백기 투항' 한 구글
톈안먼 사태·소수민족 독립 등
민감한 내용 검색할 수 없게
중국 전용 검색엔진 만들기로

곤욕 치르는 페이스북
저커버그 '구애 공세' 효과 없어
저장성에 자회사 설립 거부당해
10년 가까이 '접속 금지' 상태


[ 송형석 기자 ]
미국 증권시장 ‘빅5’이자 세계에서 가장 힘센 기업들로 분류되는 구글과 페이스북. 이 두 기업도 중국에선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구글은 사업을 하고 싶으면 중국의 검열과 규제를 받아들이라는 요구에 ‘백기 투항’을 결정했다. 반(反)시진핑과 관련한 정보와 톈안먼(天安門) 사태, 소수민족 독립 등과 같은 내용을 검색할 수 없도록 하는 중국의 검열 시스템을 수용한 검색엔진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페이스북도 비슷한 신세다. 저장성에 자회사를 세우려던 계획이 거부당했지만 이렇다 할 비난 성명도 내지 못하고 있다.

“악마가 되지 말자”는 모토 퇴색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봄부터 ‘드래곤플라이(잠자리)’라는 코드명으로 중국 전용 모바일 검색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인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난 뒤 본격화됐다. 최근엔 ‘마오타이’와 ‘룽페이’라는 맞춤 안드로이드 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 중국 정부에 시연하기도 했다.

구글이 만든 중국어 검색 앱은 중국의 검열시스템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의 통제를 받게 된다. ‘달라이 라마’나 ‘파룬궁’, ‘톈안먼’, ‘위구르’처럼 인권과 민주주의, 종교와 관련된 검색어들을 걸러낸다는 의미다. 이 같은 단어들을 검색창에 넣으면 ‘법 규정을 지키기 위해 검색 결과가 삭제됐다’는 문구가 뜬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정보기술(IT)업계를 중심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악마가 되지 말자(Don’t be evil)’는 구글의 모토를 스스로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러디스 휘태커 구글 오픈리서치그룹 대표는 트위터에 “세계 인권 선언 19조인 ‘표현의 자유’에 어긋나는 내용”이라면서 “인권을 저버린 기술을 만들지 않겠다는 구글의 약속도 어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강력한 경쟁자이자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를 견제하기 위해서란 해석도 나온다.

‘명분’보다 ‘실리’ 택한 구글

구글이 중국에서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06년이다. 중국 정부의 검열 요구가 강화되자 2010년 검색과 지도 비즈니스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잇따랐고 중국에서 구글을 해킹하려는 시도가 이어지자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구글의 고고한 자존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가입자 성장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고 거점 시장이던 유럽에서 견제가 거세지자 다시 중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미 지난해 베이징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올 1월에는 텐센트와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6월에는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에 5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구글이 중국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해도 현지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점효과가 큰 검색 비즈니스의 특성 때문이다. 중국 검색 서비스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구글과 맞붙어도 바이두가 이길 것”이라며 “이제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능력과 자신감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검색 승인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상징인 구글에 쉽게 사업 허가를 내주겠느냐는 논리다.

10년째 중국 벽 못 넘은 페이스북

페이스북도 중국 시장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중국 정부가 저장성에 자회사를 세우려는 페이스북의 계획을 승인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저장성 항저우에 자회사를 설립하도록 허가받았다는 중국 기업신용정보 데이터베이스 내용이 지난달 26일 돌연 사라진 것. 현지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페이스북의 자회사 설립 허가를 취소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외교부의 겅솽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이 문제에 대해 “중국은 세계 각국과 발전 기회를 나누고 싶다”고 말하면서 “현지 법규를 준수하고 관련 규정의 요구 사항을 이행한다면”이란 단서를 달았다. 중국이 ‘페이스북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페이스북은 10년 가까이 중국에서 ‘접속 금지’ 상태다. 이 회사의 다른 서비스인 인스타그램도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중국에 적대적인 것도 아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수년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해왔다. 시 주석에게 딸의 중국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하는가 하면 공기 오염이 심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조깅하는 사진도 올렸다. 2010년엔 자신이 중국어를 배운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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