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건강에 좋은 음료

입력 2018-08-12 18:04
강재헌 <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진료를 하다 보면 많은 이가 믿고 있는 건강 정보가 사실이 아닌 경우를 간혹 발견한다. 그중 하나가 “건강에 좋은 음식은 모든 면에서 다 좋은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 때문에 체중 조절이 필요한 지방간 환자가 몸에 좋다고 알려진 불포화지방을 많이 먹어 체중이 늘면서 간 기능이 악화하기도 하고, 혈당 조절이 필요한 당뇨병 환자가 과일주스를 자주 마셔 혈당이 상승하기도 한다.

최근 서울시는 한 소비자단체와 함께 생과일주스 전문점 31곳의 주스에 들어 있는 당 함량을 조사했다. 과일주스 한 컵의 평균 당류 함량이 31.7g(각설탕 10개 분량)으로 나타나 세계보건기구(WHO)의 가공식품 당 섭취 하루 권장량(50g)의 6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흔히 마시는 탄산음료에 들어 있는 당 함량과 거의 같은 양이다. 과일에 얼음과 물을 넣고 갈아 만드는데도 과일주스의 당 함량이 대부분 과일 자체의 당 함량보다 더 높은 것은 판매업소에서 주스의 단맛을 높이기 위해 설탕이나 액상과당 등을 첨가한 시럽을 넣기 때문이다. 이런 당류 첨가 때문에 건강에 좋은 과일로 만든 주스가 오히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과잉 섭취는 건강에 나쁘다. 가공식품 당류 섭취량이 하루 열량의 10%를 넘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만은 39%, 고혈압은 66%, 당뇨병은 41% 발병률이 높아진다.

당 섭취량을 제한해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비자 스스로 좀 더 현명해져야 한다. 모든 소비자가 당 과잉 섭취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식품 구매 때 당 함량이 적은 식품을 고른다면 식품업체들은 당연히 당이 적은 식품을 더 많이, 더 다양하게 공급할 것이다. 그러므로 당류 섭취를 줄여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예방하려면 소비자의 인식 개선과 식품업체의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생과일주스를 건강하게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 소비자들이 생과일주스 등의 음료도 당류 함량이 높거나 여러 잔을 마시면 당류 섭취 과다로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구입할 때 당 함량을 줄여 주문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다. 상당수 생과일주스 판매점에서는 시럽을 빼거나 줄여 주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