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 국제부 기자)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미국 케이블TV 가입자 수가 6년째 떨어지고 있습니다. “1분에 6명씩 코드를 자른다(케이블TV 가입 해지)”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유선 케이블TV나 위성TV를 해지한다는 뜻의 ‘코드 커팅(cord-cutting)’은 더는 새로운 말이 아닙니다. 내로라하는 대형 케이블TV 업체인 AT&T가 거액의 돈(850억달러)을 들여 타임워너를 인수하고, 컴캐스트가 21세기폭스를 가지려고 전력을 다했던 이유도 이때문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2011년 기준 1억60만명으로 처음 1억명을 넘어섰으나 2012년 정체기를 거쳐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해지하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져 지난해 가입자 수는 9520만명, 올해 상반기에는 9370만명에 불과했습니다. 10년 전인 2008년 가입자 수(9710만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넷플릭스 이용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2분기 전세계 가입자가 1억명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억2500만명으로 늘었습니다.
넷플릭스가 초창기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타임워너 덕분입니다. 타임워너와 컴캐스트는 2009년 자체적으로 TV프로그램을 온라인에서 볼 수 있도록하는 ‘TV 에브리웨어’ 서비스를 통해 넷플릭스의 성장을 늦추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왜 넷플릭스에 재방송 프로그램을 판매하지 않느냐”는 투자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타임워너가 2012년부터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하게 됩니다. 이는 타임워너의 악어새에 불과했던 넷플릭스를 봉황으로 키운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타임워너의 방송 콘텐츠들은 회당 25만달러 이상의 현금을 넷플릭스에 가져다줬습니다. 타임워너를 시작으로 다수의 방송사, 케이블TV 회사들이 자사의 콘텐츠를 넷플릭스를 통해 유통하기 시작했습니다. 타임워너에서 일했던 한 임원은 “당시 모든 월가 투자자들이 ‘(넷플릭스와 손 안 잡고) 도대체 뭐하고 있냐’고 비꼬았다”고 털어놨습니다. 단기 성과에 목 맨 투자자들이 자신의 발등을 찍게 된 격이지요.
케이블TV 임원들은 스포츠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한 것도 TV 이용자들이 떠나게 된 이유라고 전했습니다. 시청료가 오르게 된 배경이 됐기 때문입니다. 케이블 방송사 차터커뮤니케이션즈가 2013년 LA다저스 야구 경기를 25년 간 중계하기로 계약하면서 지불한 돈만 3억3400만달러에 달했습니다. 케이블TV 회사들이 징수하는 월 평균 시청료는 106.2달러(약 12만원)로 2011년보다 44% 올랐습니다. 넷플리스 이용료는 매달 8달러에 불과하죠.
각 회사마다 재방송을 볼 수 있는 기간이 다르고, TV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볼 때는 더 많은 돈을 내게 하는 등 시청자 편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블룸버그는 “TV 에브리웨어 등 재방송 서비스가 시작되자마자 각 회사는 시청자들로부터 추가 비용을 청구할 방법만 강구했고 이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끝) /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