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조정 받았던 중국 증시가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면서 반등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 증시와 강한 동조화 경향을 보여왔던 점에서 이례적이다. 증권가에서는 해외 증시 상승 원인이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0일 오전 11시2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0.20포인트(0.88%) 내린 2283.51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전날 중국 증시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9일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0.31포인트(1.83%) 오른 2794.38에 장을 마쳤다. 상해 A 증시(1.83%), 상해 B 증시(1.40%)도 큰 폭으로 올랐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 정책을 내놓으면서 증시는 크게 반등했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됐지만 관련 악재가 이미 주식시장에 반영됐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중국 증시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로기금(한국의 연기금)이 한달 안에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소식과 중국의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가 상장사들의 인수합병, 자사주 매입 제도 개선, 금융시장 대외 개방 등 금융시장 발전을 위한 5가지 개혁 방향을 발표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의 반등세에 더해 최근 미국 증시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선 해외 증시 상승 원인이 우리나라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증시가 상승흐름을 보이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 호조에 힘입어 미국 증시가 상승하고 있으며 중국 증시 또한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기대감에 상승했다"면서 "다만 양국 증시의 상승 이유가 우리나라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고 이익 모멘텀이 부족해 한국 증시의 반등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한국 상장사들의 실적 시즌이 진행되고 있지만 글로벌 주요국들과의 이익 추정치와 비교하면 이익 기대감이 가장 낮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 증시 상승을 견인한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국내시장에는 적용되지 않아 주가 반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과 같은 정책 기대감도 부족한 상황이다. 하 연구원은 "중국 증시를 상승하게 한 배경은 정부 정책"이라며 "이는 당연하게도 중국 기업들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내용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디커플링 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오는 13일 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에 중국 A 주가 추가 편입될 예정이라는 점도 국내 증시에는 악재다. 중국 A주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금 유출 규모가 크지 않아도 외국인 자금이 매수 우위로 돌아선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은 아니라는 게 증권가의 반응이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 증시와 강한 동조를 보여왔던 국내 증시가 중국 증시 반등에도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외국인의 매수 흐름 전환도 충분하지 않다. 하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하락하면서 외국인은 2~6월에 코스피에 대해서 순매도세를 지속해왔는데 7월부터는 매수 우위의 흐름으로 전환했다"며 "'귀환'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돌아온 것은 아닌 데다 이익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이라 외국인은 대규모 순매수가 아닌 소폭의 매수 우위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기금의 매도세도 한국 증시의 상승세를 제한하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달 12일부터 현재까지 하루를 제외하고 계속해서 매도 우위의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연기금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이 아닐까하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달부터 다음달까지는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2분기 어닝시즌을 지나고 3분기에 접어들면서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130원을 저항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짧게나마 3분기 실적 기대가 유입되고 있다"며 "코스피지수의 상승 탄력을 제어해왔던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도 옵션만기(9일) 이후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서 그는 코스피지수가 2300선 안착 과정을 거친 이후 반등 탄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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