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변호사의 바른 상속 재테크] (36) 유언집행자의 해임사유의 판단기준

입력 2018-08-10 09:52
수정 2018-08-10 09:57
<대법원 2011. 10. 27. 자 2011스108 결정 : 유언집행자의해임>

Ⅰ. 사실관계

피상속인인 망 A(사건본인,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07. 12. 25. 사망하였고, 상속인으로는 처 B와 그 자녀들인 C, D, E, F(청구인들)가 있다. 망인은 2007. 12. 13. 상속인들에게 유산을 분배하고 유언집행자로 K(참가인)를 지정하는 내용의 공증유언을 하였다. 상속개시 이후 참가인은 위 유언에서 언급된 금융자산 중 거의 대부분이 이미 인출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참가인은 청구인들에 대하여 기인출된 금원의 반환을 요구하면서 아직 인출되지 않고 남아있던 약 1억 2,300만 원 정도에 대하여는 참가인의 우리은행 예금계좌로 이체시켜 이를 보관하였다.

그러자 B와 청구인들은 2008. 6. 10. 참가인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한 1억 2,000만 원의 채권가압류 결정을 받았다. 이에 참가인은 청구인들을 횡령 혐의로 고소하고 청구인들에 대하여 참가인의 우리은행 예금계좌에 보관 중인 금원에 대한 유언에 따른 분배도 거절하였다. 참가인의 청구인들에 대한 고소에 대하여 검찰이 2008. 10. 17.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결정을 하자, 참가인은 같은 달 22일 청구인들을 상대로 유증이행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부동산가압류 신청을 하였고, 같은 달 30일 가압류결정을 받았다.

Ⅱ. 소송경과

청구인들은 참가인이 유언집행자로서 임무를 해태하거나 적당하지 않은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유언집행자해임청구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참가인은 청구인들에 대해 소송과 고소를 하는 등으로 인하여 상속인들 전원의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한 점, 유언집행자가 자신의 예금계좌에 보관하고 있는 금원의 분배를 거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참가인에게는 유언집행자로서 적당하지 않은 사유가 있다고 하면서 참가인을 유언집행자의 지위에서 해임하는 결정을 하였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지정 또는 선임에 의한 유언집행자에게 임무해태 또는 적당하지 아니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원은 상속인 기타 이해관계인의 청구에 의하여 유언집행자를 해임할 수가 있으나(민법 제1106조), 유언집행자는 유증의 목적인 재산의 관리 기타 유언의 집행에 필요한 모든 행위를 할 권리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제1101조) 유언의 집행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속인과 이해상반되는 사항에 관하여도 중립적 입장에서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므로, 유언집행자가 유언의 해석에 관하여 상속인과 의견을 달리한다거나 혹은 유언집행자가 유언의 집행에 방해되는 상태를 야기하고 있는 상속인을 상대로 유언의 충실한 집행을 위하여 자신의 직무권한 범위에서 가압류신청 또는 본안소송을 제기하고 이로 인해 일부 상속인들과 유언집행자 사이에 갈등이 초래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유언집행자의 해임사유인 ‘적당하지 아니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일부 상속인에게만 유리하게 편파적인 집행을 하는 등으로 공정한 유언의 실현을 기대하기 어려워 상속인 전원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음이 명백하다는 등 유언집행자로서의 임무수행에 적당하지 아니한 구체적 사정이 소명되어야 한다.

Ⅳ. 해설

1. 유언집행자의 법적 지위

지정 또는 선임에 의한 유언집행자는 상속인의 대리인으로 본다(제1103조 제1항). 이는 유언집행자의 행위의 효과가 상속인에게 귀속됨을 정한 것일 뿐 유언집행자가 상속인의 의사에 따라 유언을 집행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하여 유언집행자는 유언의 집행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속인과 이해상반되는 사항에 관하여도 중립적 입장에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0다26920 판결).

2. 유언집행자의 해임

유언집행자가 그 임무를 해태하거나 적당하지 아니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상속인 그 밖의 이해관계인의 청구에 의하여 유언집행자를 해임할 수 있다(제1106조). 지정유언집행자인가 가정법원이 선임한 유언집행자인가를 가리지 않는다. 해임은 그 사유가 있을 때에 한하여 할 수 있고, 가정법원이 재량으로 해임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해임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는 대표적인 유형은 다음과 같다.

① 유언집행자가 유증을 받은 자의 이익을 무시한 채 상속인의 뜻에 따라 유증대상 재산을 매우 싼 값에 처분하는 경우

② 상속재산에 속하지 아니하는 상속인의 재산을 정당한 이유 없이 상속인에게 인도하지 않는 경우

③ 상속재산인 건물의 차임지급을 최고하는 의무가 있을 때 이를 게을리하는 경우

④ 유언이 강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임무수행을 거절하는 경우

해임심판절차에는 해임이 청구된 유언집행자를 절차에 참가시켜야 한다(가사소송규칙 제84조 제2항). 청구를 기각한 심판에 대하여는 청구인이 즉시항고를 할 수 있고(규칙 제27조), 청구를 인용한 심판에 대하여는 해임되는 유언집행자가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규칙 제84조 제3항).

3. 이 사건의 경우

망인의 유언에 따라 공동상속인들에게 분배되어야 할 금융자산 대부분이 인출되어 청구인들이 보관 중이라면 유언집행자로서는 위 유언의 충실한 집행을 위해 자신이 소송당사자가 되어 직접 청구인들에게 그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거나 가압류 등 보전조치를 취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기인출된 예금채권의 규모와 청구인들 각자가 보관 중인 금원의 내역 등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서는 유언의 취지대로 각 수증자들에게 분배 또는 반환받을 액수를 확정할 수 없는 점에서도 참가인이 유언집행자의 지위에서 보관 중인 위 예금채권에 대한 청구인들의 분배요구를 거절하였다고 하여 이를 임무해태 내지 불공정한 직무수행으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유언집행자인 참가인이 유언의 집행에 방해되는 상태를 야기하고 있는 청구인들을 상대로 유언의 충실한 집행을 위하여 가압류신청 또는 본안소송을 제기하고 이로 인해 상속인인 청구인들과 사이에 갈등이 초래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유언집행자를 해임하기에 정당한 사유라고 볼 수 없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

학력

1.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 법학석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3. 법학박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4.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Master of Laws)

5.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6기 수료

경력

1.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2.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3.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친족상속법, 신탁법 담당

4.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 신탁법 담당

5. 법무부 민법(상속편) 개정위원회 위원

6. 대한변호사협회 성년후견연구위원회 위원

7.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구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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