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셰일에 굴복한 중국, 셰일로 세계 흔드는 미국

입력 2018-08-10 08:06
수정 2018-08-10 10:52

미국산 셰일 오일의 힘이 또 한 번 확인됐습니다.

중국 정부는 9일, 오는 23일부터 25%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160억달러어치 미국산 상품에서 미국산 원유를 제외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당초 중국은 액화석유가스(LNG)와 디젤, 휘발유 등 에너지를 집중 겨냥했지만 뒤늦게 미국산 원유는 빼버렸습니다. 중국 정부는 원유를 제외한 이유에 대해 뚜렷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미국산 원유를 보복관세 대상에서 뺀 건 미국이 국제 원유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위치로 성장했음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 규모는 1600만배럴로 1996년 이후 최대입니다. 에너지 수요의 70%를 수입하는 중국은 미국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입니다.

중국이 미국 원유를 줄일 수 없는 배경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갈등도 있습니다.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의 원유수입 자회사인 유니펙은 최근 가격 문제로 사우디와 갈등을 빚으면서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려왔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2개월 뒤면 미국의 제재 발효로 이란 원유 수입이 어찌될지 모르고, 베네수엘라의 원유 공급도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3년께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미국의 셰일 오일은 세계 질서의 파괴자입니다.
‘세계의 오일 창고’ 중동은 셰일 때문에 쑥대밭이 됐습니다. 단순히 셰일 증산으로 국제 유가가 내려 재정적자가 쌓이는 상황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미국이 이란 핵협정을 탈퇴하고, 터키와 갈등을 빚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등 중동과 관련해 확연히 달라진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이 바로 셰일 혁명입니다.

미국은 과거 세계 원유 최대 수입국이었습니다. 엄청나게 소비를 하는데다 원유가 묻혀있는 알래스카와 연안에서 원유 채굴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가 안정을 이루는 건 미국 대통령의 기본 덕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원유매장량을 가진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비호를 받으며 중동의 맹주가 됐습니다.

유태인들이 미국 뉴욕을 휘어잡고 있지만, 미국은 사우디를 의식해 균형을 잡으려 노력했습니다. 이스라엘의 편을 노골적으로 들 경우 중동의 질서가 무너지면서 유가가 폭등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셰일이 쏟아져 나오자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지난 7월 기준 미국의 산유량은 하루 1100만배럴이 넘어 사우디를 넘어섰고, 1위인 러시아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내년에는 확고한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원유 확보 및 유가 안정을 손에 쥔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을 들고 있습니다. 텔아비브의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 게 대표적입니다.
또 사우디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신경을 안썼더니 오히려 안보가 불안해진 사우디가 미국산 전투기 F35와 사드 미사일을 마구 사들이는 등 더 많은 무기를 팔게 됐습니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무려 3800억달러(약 427조원) 규모의 협약을 맺었었지요.

동맹국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핵협정도 탈퇴해버렸습니다. 이란산 원유가 세계 시장에 나오지 못하게 동맹국까지 제재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과거 같으면 원유값이 폭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겠지요.

터키는 리라화가 폭락하고 이자율이 20%로 치솟는 등 경제가 마비될 지경에 왔습니다. 터키는 과거 중동을 지키던 미국의 공군기지가 있던 곳입니다. 하지만 중동을 지킬 필요가 사라지면서 터키는 미국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월스트리트 회사들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미국인 목사를 인질로 잡는 등 반항하는 건 미국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애교’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담합해 유가를 올린다며 몇 차례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선거용 엄포에 불과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유가가 오르면 공화당의 돈줄인 석유사업자들은 더 많은 기부금을 낼 겁니다. 미국 셰일 오일 업계의 선두주자인 콘티넨텔리소시스의 해럴드 햄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입니다. 지난 7일 뉴저지 베드민스터골프장에서 열린 CEO 만찬에도 참석을 했습니다. 이들은 중동 질서가 흔들리면서 유가가 오르면 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기부금 뿐 아닙니다.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을 중심으로 한 셰일산업은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미 경제의 호황을 이끌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업 투자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에너지 산업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셰일 투자는 늘어납니다.

셰일은 미국의 힘을 ‘맥시멈’으로 키워놓았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자기 마음대로 세계 질서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과거 자신이 주도해 만든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세계 질서를 뒤흔드는 것도 더 이상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야할 게 없어졌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제 원유까지 다 있으니 모자랄 게 없는 셈이죠.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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