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8일 당 회의실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 옆에 나란히 내걸었다. 평화당 대표실에는 지난 2월 창당 이후 줄곧 김 전 대통령의 사진만 걸려 있었다. 평화당 관계자는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당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12년 만에 당대표로 복귀한 정 대표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접근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대표는 취임 다음날인 지난 7일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방명록에 ‘늘 약자 편에 서신 노무현 대통령님의 정신을 잇겠습니다’라고 썼다.
‘진보적 민생주의’를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정 대표가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존재감을 구축하기 위해 ‘노무현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대표는 “정의당보다 더 정의롭게 가는 게 민주평화당의 목표”라면서 “민주당의 우클릭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며 당의 노선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친노(親盧) 정치를 앞세우고 있는 정 대표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도 상당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대표는 이후 노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었다. 정 대표는 지난 2015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훌륭한 대통령이었으나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며 “거기에 대해서 반성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7년 대선 당시에는 인기가 떨어진 노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였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