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 성폭력 사건에 대한 후속보도가 나왔다.
지난 7일 MBC 'PD수첩'은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의 성폭력 의혹에 대한 '거장의 민낯, 그 후' 편을 방영했다.
'PD수첩'을 통해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은 제작 스태프부터 여배우, 일반인까지 다양했다.
이날 방송에는 어렵사리 제보했던 피해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2차 피해에 대해 초점이 모아졌다. ‘미투 운동’의 열기가 가라앉자 피해자들을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역고소 하고, 자신은 성폭행 한 사실이 없다며 당당히 말하는 모습에 피해자들은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음을 털어 놓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제보한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좀 더 일찍 용기를 내어 그들이 빨리 지은 죄에 대해 처벌 받게 했다면 추가 피해자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충격적인 추가 성폭행 사실에 대한 여러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증언에도 수사는 지지부진 한 상황이었다. 대부분이 공소시효가 만료된 상태였고, 이러한 무고와 명예훼손 명목의 고소로 피해자들의 2차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본 피해자들은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상태이더라도 다시 숨어버렸다.
분장스태프 D씨는 방송에서 "휴식시간에 김 감독이 불러 달려갔더니 김 감독이 다짜고짜 '나랑 자자'고 했다"며 "거절했더니 김 감독이 오토바이를 타고 숙소까지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 현장에 갈 때는 각오를 하고 가든, 아니면 거지같이 하고 가든 눈에 띄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여자 스태프끼리 했다"고 전했다.
여배우 E 씨는 "택시 기다리려고 벤치에 앉아있는데 김 감독이 반바지에 손을 넣었다"며 "김 감독 방식이 딱 그런 것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여성 스태프는 자신이 참여한 영화 촬영 현장에서 김 감독의 성추행으로 신인 여배우가 잠적한 적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 스태프는 "(김 감독이) 스커트 안쪽으로 손을 넣어 배를 주무르고 긴장을 풀라고 가슴 부위를 주무르는가 하면 자신을 남자친구처럼 생각하라며 강제키스까지 했다"며 "여배우가 잠적하자 잡아오라며 주소를 줬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PD수첩'은 김기덕 감독의 변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했다.
김 감독은 "무엇을 방송하든 생각대로 의도대로 하면 되고, 그 방송 또한 제가 아는 사실과 다르면 소송을 추가로 해서 법적으로 밝히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제작진에 답장을 보냈다.
PD수첩은 배우 조재현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재일교포 여배우 F 씨와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일반인 H 씨의 주장도 추가로 보도했다.
재일교포 여배우 F는 방송에서 "(조재현이) 연기를 가르쳐준다며 화장실로 밀어 넣더니 문을 잠그고 강제로 키스했다"고 말했다.
일반인 H씨는 2007년 강남의 가라오케에서 처음 조재현을 만났다. 그는 "일 당한 당시에 용기를 내지 않았어서 이후에 많은 피해가 있지 않았을까 죄책감이 들었다"면서 폭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조재현을 처음 만나 "반갑습니다. 팬이예요. 이렇게 보니 신기하네요"라고 인사했다고 말했다. 30분 후 H씨는 여자화장실 둘째 칸에 들어갔고 조재현이 따라 들어왔다.
H씨는 "조재현이 따라와 '조용히 해 다쳐. 밖에 아무도 몰라'고 말했고, 추행당했다. 하지만 더 큰 일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내가 다치겠구나 생각했다. 그분은 이미 바지를 벗은 게 느껴졌다. 몸이 떨어지려고 하면 키스 하고 옷을 심하게 벗기려고 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세세히 전했다.
제작진은 조재현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 연락을 했으나 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방송 이후 조재현은 “현재 형사사건이 진행되어 수사 중임에도 일방의 주장만을 진실인 것처럼 방송하여 사실을 왜곡했다"면서 "검증되지 않는 허위사실을 내용으로 하는 보도와 악의적인 댓글 등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방송 분은 시청률 5.2%(닐슨 코리아 수도권 기준, 이하 동일)로 동시간대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주 방송분에 비해 0.9%P 상승한 기록이며, 동시간대 예능인 SBS ‘불타는 청춘’이 기록한 5.8%와도 0.6%P의 근소한 차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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