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100만대 판매 '서큘레이터', 선풍기 시장 위협할까

입력 2018-08-08 10:58
보급·프리미엄 투트랙 전략
비싼 가격에도 연평균 30~40% 성장세



서큘레이터(공기순환기) 판매량이 올해 100만대를 넘길 전망이다. 공기 순환을 돕는데 그쳤던 서큘레이터가 직진 바람이 강화된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큘레이터가 선풍기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수 년내 선풍기 판매량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풍기의 연평균 판매량은 170만대다.

8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서큘레이터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30~40%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큘레이터 판매량은 2000년대 초반 5만대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0년 들어 20만대로 확대됐다. 에어컨과 함께 사용할 경우 전기료가 절감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공기순환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부터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서큘레이터가 50만대 팔려나갔고, 올해 70만대 판매가 예상됐다. 하지만 35도를 웃도는 폭염에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면서 전망치를 가뿐히 넘긴 100만대가 판매될 전망이다. 반면 선풍기 판매량은 수 년째 그대로다. 업계에서는 올해 선풍기 판매량을 150만대로 전망했지만 폭염이 이어지면서 예년과 비슷한 170만대가 예상된다.

서큘레이터는 바람 도달거리가 선풍기보다 두 배 이상 길다. 선풍기가 평균 5m 정도라면 서큘레이터는 10m를 훌쩍 넘기는 수준이다. 최대 20m까지 바람을 내보내는 제품도 있다. 직진형 회오리 바람이 있어 가능한 일인데 날개의 개수와 모양, 설계 방식의 차이에서 나오는 결과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강한 바람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강한 흡입력이 동반돼야 한다"며 "날개의 두께와 강도, 날개 사이 간격 등이 일반 선풍기보다 크다"고 말했다. 서큘레이터에 3엽 날개가 주로 사용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기존 선풍기와 같은 4엽, 5엽 날개도 적용되고 있지만 70% 이상이 3엽 날개를 채택하고 있다.

직진형 회오리 바람이 강하다보니 서큘레이터는 에어컨과 함께 사용해 냉방 효율을 증가시키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업체들이 공기순환기라는 이름이 붙여 에어컨 바람 확산, 빨래 건조 등을 강조한 것도 한 몫했다. 최근에는 선풍기와 같은 스탠드형에 세밀한 풍속조절이 가능한 BLDC(Brushless DC)모터한 제품이 나왔다. 파세코의 스탠드형 DC 서큘레이터 등이 대표적이다.

써큘레이터는 선풍기의 1.5배에 달하는 비싼 가격이 단점으로 꼽힌다. 서큘레이터의 평균 가격은 9만원 정도로 선풍기(6만원) 보다 3만원 가량 비싸다. 탁상형 제품의 평균가는 7만원 정도로 선풍기와 비슷하지만 선풍기를 대체할 스탠드형의 경우 대부분이 10만원을 넘는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신일산업, 파세코의 스탠드형 서큘레이터의 출고가는 12만원에 달한다.

선풍기 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서큘레이터가 향후 선풍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큘레이터 제조사들이 가격정책을 투트랙(보급·프리미엄)으로 가져가면서 낮은 가격의 제품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큘레이터는 초기엔 탁상용이 주를 이뤘지만 올해부터 스탠드형과 DC모터가 탑재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신일산업, 보국전자, 파세코 등 선두업체들이 다양한 제품군을 내놓으면서 선풍기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수 년내 선풍기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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