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털고, 덩치 키우고… 中 철강업체 '세계 톱10' 절반 차지

입력 2018-08-07 17:30
커지는 차이나 포비아
中에 일감 뺏기는 철강·조선

구조조정 가속화…실적도 호전
철강社 380곳 반기 순익 23조원
세계 2위 바오우강철 출범 이어
4위·7위도 합병 논의 급물살

글로벌시장 '압도적 존재감'
세계 조강생산량의 절반 담당
"향후 100년간 中이 시장 주도"

포스코·현대제철 등 한국 철강社
에너지소재로 사업 다각화 모색


[ 박상용 기자 ] 세계 40위(조강 생산량 기준) 철강업체인 중국의 안양강철은 올해 상반기 10억2000만위안(약 167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62%나 급증했다. 중국 정부가 환경 규제를 충족하지 못한 철강업체들을 잇따라 폐쇄하면서 제품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에 힘입어 중국 철강기업 380곳의 상반기 순이익은 1392억7000만위안(약 22조868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1%나 증가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중국 철강업계의 성장이 매섭다. 중국 정부는 환경 오염이 심한 업체를 솎아내는 한편 합병을 통해 ‘매머드급’ 철강사를 잇따라 출범시키고 있다. 공급 과잉을 해결하면서 질적 성장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구조조정으로 중국산 제품 가격이 올라 세계 철강업계가 반사 이익을 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론 중국 철강업계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5세계 상위 철강사 10곳 중 5곳이 중국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철강업체의 조강 생산능력을 1억~1억5000만t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해 철강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건설 등 철강 수요가 많은 산업이 불황을 겪는데도 생산 설비를 증설했다. 연간 생산능력은 2008년 6억t에서 2016년 11억t까지 급증했다. 과잉 상태에서 설비를 돌리면서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해외에 퍼져나갔고, 글로벌 철강 가격은 뚝 떨어졌다.

중국은 철강기업들의 인수합병도 적극 추진 중이다. 2025년까지 중국 철강 생산량의 60~70%를 상위 10개 기업에 집중해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2016년엔 중국 2위 철강사 바오산강철(바오스틸)과 중국 6위 우한강철이 합병한 바오우강철그룹이 출범했다. 연간 생산량이 세계 4위 포스코(4197만t)에 소폭 뒤졌던 바오스틸은 합병으로 단숨에 세계 2위(6071만t)로 올라섰다. 최근엔 세계 4위 허베이강철그룹과 서우두강철의 합병이 가시화되고 있다. 세계 7위 안산강철그룹과 번시강철의 합병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국 철강업체들이 몸집을 불리자 이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철강업체들의 순위는 하락했다. 2001년 세계 2위였던 포스코는 지난해 5위로 떨어졌고, 현대제철은 13위에 머물러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계 상위 철강사 10곳 중 5곳이 중국 철강사로,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과잉·노후 설비 폐쇄를 통해 중국 철강사들의 효율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철강업계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이미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8억3170만t으로 세계 생산량(16억9120만t)의 49.1%에 달했다. 지난해 8월 리신창 중국철강협회 부회장은 서울에서 열린 ‘2017 스틸코리아’ 포럼에 참석해 “철강산업의 헤게모니가 유럽·일본에서 중국으로 넘어왔다”며 “앞으로 100년간은 중국이 글로벌 철강산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韓, 고부가가치화·신사업에 집중

체질 개선에 나선 중국 철강사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철강 업체들은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 액화천연가스(LNG)선의 연료탱크에 쓰이는 고망간강(망간 함유량이 많은 철강) 등 월드프리미엄(WP) 제품을 앞세우고 있다. 포스코는 50%대인 WP 제품 판매 비중을 내년까지 6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고강도 내진용 철강과 자동차용 고부가 강판 등 글로벌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량을 늘려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국은 질적 성장보다는 양적 성장에 집중돼 있다”면서 “포스코나 유럽의 아르셀로미탈, 일본의 신닛테쓰스미킨이 중국 업체들보다 기술력에서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마치고 나서 중국 정부가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하기 시작하면 기술 격차도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본업인 철강에 집중하면서 사업다각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신닛테쓰스미킨은 1986년 최초 적자를 기록한 뒤 비철강 매출 비중 50%를 목표로 하는 ‘복합경영전략’을 수립했다. 이어 엔지니어링, 정보기술(IT) 등 신사업에 진출해 2016년 비철강사업 매출 비중을 15%까지 끌어올렸다. 미국 US스틸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철강 불황 장기화와 에너지사업의 성장 전망으로 주력사업을 철강에서 에너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독일 티센크루프는 1980년대 인수합병을 통해 엘리베이터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룹 내 캐시카우 사업으로 부상시켰다.

포스코도 에너지 소재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사업 조직을 통합해 시너지를 높이고 원료가 되는 리튬, 인조흑연 사업화도 촉진하기로 했다. 에너지 소재 분야에서 2030년까지 세계 시장 20% 점유율, 매출 15조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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