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럭셔리' 타고 소품 '날개'… 글로벌 브랜드 격전장 된 한국시장

입력 2018-08-06 17:02
인테리어 시장 주인공 된 '소품'

지금은 소품의 시대

플라잉타이거·미니소 등 공세
모던하우스 등 국내社도 반격
4년 새 매장 2배로 급증

인테리어 장식품·커튼부터
주방용품·조명용품까지
적은 돈 들여 '소확행' 추구

작년 13조·2023년 18조 전망
스타필드 매장 10% 소품 판매
이케아, 소품·소가구 매출 60%


[ 전설리 기자 ] 작년 미국 생활소품 브랜드 윌리엄스 소노마가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2016년에는 덴마크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과 중국 미니소가, 2014년에는 패스트패션 리빙 브랜드 자라홈과 H&M홈이 국내에 진출했다. 국내 업체인 모던하우스 등도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인테리어 소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가구 시장의 성장이 주춤한 사이 소품 시장은 13조원대(통계청)로 커졌다. 2023년엔 18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불황형 소비 트렌드인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 흐름에 올라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큰돈 들이지 않고 집을 꾸미려는 2030세대는 이 시장의 주요 소비자로 자리잡았다. 주요 쇼핑몰과 아울렛은 가구 매장은 줄이고 소품 매장을 늘리며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소득 3만달러· 불황이 만든 트렌드

“1만달러 시대에는 차를 바꾸고, 2만달러 시대에는 집을 바꾸고, 3만달러 시대에는 가구를 바꾼다”는 말이 있다. 앞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긴 국가들이 다 그랬다. 국내에선 이케아가 들어온 2014년을 기점으로 가구와 생활소품을 포함한 인테리어 시장이 급성장했다. 올 들어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내 대표 가구업체 한샘 등 가구업체 실적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가구와 달리 생활용품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신세계 스타필드 고양점은 이런 트렌드를 보여준다. 입점한 전체 매장 385개 가운데 10.3%인 40개 매장에서 생활소품을 판매한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메종티시아 라이프컨테이너뿐만 아니라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 미니소 자라홈 H&M홈 등이 입점했다. 이케아 매출을 보면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업계에서는 국내 진출한 이케아의 매출 가운데 소품 및 소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6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가구는 30% 수준이다.

한샘 자주 모던하우스 버터 윌리엄스소노마 무인양품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 미니소 등 국내외 주요 생활소품업체 매장 수를 분석한 결과 2014년 200여 개에서 현재 480여 개로 4년여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해외업체들은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장하며, 한국 시장을 글로벌 브랜드의 격전지로 바꿔가고 있다.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과 미니소는 2년 새 매장을 각각 11개, 60개로 늘렸다. 두 업체 모두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의 제품을 싼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윌리엄스소노마는 1년 새 14개 매장을 열었다. 지난 3월엔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공식 쇼핑몰을 열기도 했다. 일본 무인양품 매장 수도 2016년 19개에서 최근 30개로 늘었다. 무인양품 관계자는 “최근 5년간 한국 인테리어 소품 판매량은 세 배, 매출은 두 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격 나서는 국내 업체

국내 업체 중에는 모던하우스와 버터가 가장 공격적이다.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던 모던하우스와 버터는 작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팔렸다. 버터는 모던하우스가 운영하는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하위 브랜드다. 모던하우스는 현재 전국 100개 매장을 내년 136개, 버터는 48개 매장을 85개로 늘릴 계획이다. 모던하우스는 앞서 MBK가 인수한 홈플러스와 연계해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모던하우스 관계자는 “작년 3개였던 홈플러스 연계 매장을 내년 60개까지 확장할 계획”이라며 “올해 모던하우스 매출 목표는 전년 대비 40%, 버터는 90% 이상 늘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샘도 생활용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샘은 가구와 연계한 수납용품 등을 주로 판매한다. 최근 생활소품 시장이 커지자 온라인 쇼핑몰인 한샘몰 등을 통해 생활소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옷장 수납장 식탁 등 대형가구가 점차 빌트인화하고 있다”며 “이용자가 직접 사는 것은 소가구와 생활소품이 될 것으로 보고 이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전국 1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다이소도 최근 소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매장을 대형화하면서 소품 판매 공간을 늘리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자주는 한국형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실용적인 제품을 내세우고 있다. 매장 수는 159개로 작년 2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품에는 인테리어 장식품부터 커튼 등 패브릭, 주방용품, 조명용품, 가드닝(식물), 디퓨저(방향제) 등이 포함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품은 적은 돈을 들이지만 매일 눈으로 보면서 만족감을 얻는 ‘소확행’이란 불황기 소비 트렌드에도 맞는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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