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물량 감소·정비사업 활발…신축 아파트 급등세
전세가율 80% 넘는 단지 수두룩…투자자들 '기웃'
‘은밀하게 위대하게.’
요즘 광주광역시 부동산시장 분위기다. 지방 부동산시장이 하락일로를 걷고 있지만 광주는 역주행 중이다. 1년째 아파트값이 야금야금 오르면서 앞자리가 하나둘 바뀌고 있다.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최고가는 다시 쓰이고 있다. 도심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데다 입주물량도 줄어든 영향이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전국 평균을 웃도는 까닭에 투자수요까지 몰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고가 행진
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광주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7월부터 13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올해 들어선 5월 상승률이 0.09%로 다소 주춤했지만 6월(0.19%)과 7월(0.20%) 반등했다. 자치구별로는 지난달 광산구(0.54%)와 동구(0.36%)가 연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남구 또한 0.35% 올라 강세를 나타냈다.
매매가격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행진 중이다. 지난해 입주한 동구 학동 ‘무등산아이파크’ 전용면적 84㎡는 최근 시세의 앞자리수가 바뀌었다. 학동3구역을 재개발한 이 단지는 지난달 고층 매물 두 건이 5억7000만원과 6억원에 각각 거래됐다. 6월 같은 주택형 28층 매물이 4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억원가량 뛰었다. 시세가 단기간에 급등하자 계약이 중도에 파기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현지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금으로 4000만원을 받았던 집주인이 배액을 물고 매물을 거둔 경우도 있다”면서 “가격 상승 폭이 위약금보다 클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광주 시내 다른 단지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서구 화정동에서 2년 전 입주한 ‘유니버시아트힐스테이트’ 역시 연초 대비 억대 웃돈이 붙었다. 현지 T공인 관계자는 “3단지 전용면적 84㎡ 24층 매물을 지난달 5억1000만원에 중개했다”면서 “연초만 해도 4억원대에 움직였는데 1억원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신축 아파트가 치고 나가자 입주 10년 이내의 단지들도 뒤따르는 형국이다. 광산구 수완동 ‘수완지구호반베르디움1차’ 전용 84㎡는 지난달 6억1000만원에 실거래돼 매매가격이 처음으로 6억원 선을 넘어섰다. ‘광주수완대방노블랜드6차’ 같은 면적 역시 한 달 만에 2000만~7000만원가량 오른 4억8800만원을 기록해 신고가를 썼다.
학군이 뛰어나 주거 선호도가 높은 봉선동에선 ‘제일풍경채엘리트파크’의 매매가격이 연초보다 1억원가량 올랐다. 지난 4월 6억3700만원에 거래된 전용 84㎡가 두 달 뒤인 6월엔 7억3000만원까지 상승했다. ‘포스코더샵’ 전용 59㎡는 3000만~6000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었다. B공인 관계자는 “‘광주의 강남’으로 비유되는 봉선동은 학군이 뛰어난 데다 위락시설이 없는 게 장점”이라면서 “매물은 뜸한데 매수 대기자는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달궈지자 하락하던 법원경매 낙찰가율은 다시 반등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광주지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 5월 88%로 바닥을 찍은 뒤 6월(90%)과 7월(95%) 연거푸 상승했다. 평균응찰자는 6월 6.09명에서 7월 7.15명으로 증가했다.
◆“호재 없는데…”
일선 중개업소들은 최근 나타난 급등세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서구 쌍촌동 B공인 관계자는 “인구가 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내년 공급물량은 다소 부담되는 상황”이라면서 “오를 이유가 없지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달아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광주 지역 아파트 입주물량은 6197가구로 최근 3년 가운데 가장 적다. 지난해(1만1797가구)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내년 공급 예정 물량은 1만3800가구로 올해의 두 배 수준이다. 교통망 확충 같은 뚜렷한 호재도 부재한 상황이다. 송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은 7년째 제자리를 맴도는 중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빛그린산단에 현대차그룹이 투자 의향을 내비친 것과 한전공대 설립 논의 정도가 광주 지역 호재의 전부”라고 설명했다. 현지 A공인 관계자는 “다른 대도시들의 집값이 오르자 이곳에서도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분양시장엔 ‘떴다방’도 심심찮게 등장하면서 과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광주에서 분양한 민간아파트 6곳은 대부분 두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상무지구에서 분양한 ‘상무지구양우내안애’는 1순위 청약에서 105.8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도심 정비사업이 집값 상승의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도심에 대단지 아파트가 부족했지만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새집이 많지 않은 탓에 비교적 연차가 오래되지 않은 아파트의 시세도 뒤쫓아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에선 모두 50개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5곳이 최근 준공됐고 6곳은 공사 중이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마쳐 수년 안에 추가로 공급될 단지도 6곳이다.
투자수요가 광주로 인입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산업기반이 비교적 탄탄하다고 하지만 자체 수요만으로 집값이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다른 광역지자체와 비교해 가격이 저평가된 상태인 까닭에 지방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만수 국토도시계획기술사사무소장은 “부산은 하락장이 나타나고 있고 대구는 이미 집값이 지나치게 올랐다”면서 “대전 또한 세종시 공급물량 리스크가 있는 탓에 투자자들이 고려할 수 있는 지방 대도시는 사실상 광주 정도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지방 도시들의 집값 흐름을 비교해 보면 투자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뚜렷하다 분석이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치평동과 주월동 등지로 몰리고 있다. 이들 지역 일부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80~90%에 이른다. 한 전업투자자는 “전세를 끼고 3000만~5000만원 정도로 소액 투자할 수 있는 아파트가 널렸다”면서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면서 학군수요도 있는 곳은 언제든 매물을 받아줄 수요가 존재해 투자 실패 위험이 적다”고 귀띔했다. 활발한 정비사업으로 이주수요가 꾸준한 것도 전세가격을 받쳐주는 요인이다. 광주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달을 기준으로 75.2%를 기록해 6대광역시 평균(73.1%)을 웃돈다. 전국(72.8%)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욱 크다.
알게모르게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지만 규제가 없는 것도 투자자들이 광주를 눈여겨보는 이유다. 조정지역이 아닌 탓에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다 팔더라도 양도소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1년만 보유한다면 일반세율로 양도세를 부담한다. 한 투자자는 “레버리지 투자는 대개 향후 2년을 염두에 두고 한다”면서 “내년 공급이 많다지만 내후년엔 공급이 다시 감소하기 때문에 엇박자를 노리고 전략을 세우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세금 부담이 덜하다 보니 아예 1년 단위의 단기 투자 전략을 세우고 내년 입주물량이 쏟아지기 전에 정리하려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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