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손실액 110억원 추정
[ 오춘호 기자 ]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의 생산라인이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돼 제품 생산이 일시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TSMC는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와 영업비밀 문제로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해 바이러스 감염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TSMC는 생산라인은 하루면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밤 대만 신주와 타이중, 타이난에 있는 TSMC 반도체 공장 3곳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생산라인이 멈춰섰다. 바이러스 감염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대만 빈과일보는 악성 바이러스 침투는 한 직원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루 손실 추정액은 3억대만달러(약 110억원)다. TSMC는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 등에 반도체 칩을 공급한다.
빈과일보는 조사 결과 신주공장 직원이 폐쇄식 생산설비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연결했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번 사고가 해킹 공격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여러 공장이 일시에 영향을 받아 생산이 중단됐다는 점에서 외부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내부 시스템에 잠복해 있다가 동시에 활동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TSMC 반도체 생산라인의 바이러스 감염은 미·중 통상전쟁 와중에 발생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TSMC 반도체는 애플 아이폰의 핵심 부품으로 공급되고 있어 아이폰 생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여서다. 아이폰의 핵심 프로세서는 TSMC 공장의 7나노미터 기술로 만들어지고 있다. TSMC는 애플 외에 엔비디아, 브로드컴, 자일링스 등에도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7월 미 당국은 애플의 자율주행차 회로기판 청사진을 개인 랩톱에 다운로드해 중국으로 가져가려 한 전직 애플 직원을 체포하기도 했다. TSMC는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와 영업비밀 문제로 법정 싸움을 벌였다. 지난해 중국은 석유 수입액보다 많은 2600억달러를 반도체 칩 수입에 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만의 기술 도난은 2013년 8건에서 지난해 21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또 대만의 기술유출 사건 10건 중 9건은 중국 기업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