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미얀마·파키스탄 등서
수익성·안보 논란에 사업 제동
[ 추가영 기자 ]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한 아시아 각국의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선 일대일로 관련 인프라 사업이 대부분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부채만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일대일로는 중국 주도로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거대 물류 인프라 사업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RWR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진행 중인 일대일로 사업 가운데 34%에 이르는 4190억달러(약 472조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사업 지연, 해당국의 주민 반발, 국가안보 관련 타당성 논란에 휘말린 것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에선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한 뒤 동부해안철도 건설 공사를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단시켰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불공정 계약 논란이 제기된 다른 일대일로 관련 사업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내놓았다.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지던 미얀마 서부 차우퓨 항구 개발사업도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미얀마 정부가 과도한 부채를 우려해 사업비 규모를 당초 계획한 73억달러에서 13억달러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중국이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벌이는 경전철 건설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파키스탄은 대외 부채가 크게 늘면서 외환보유액이 고갈되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까지 검토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부채 상환이 어려워지자 중국 차관으로 개발한 함반토타항의 운영권을 중국에 넘겨 논란에 휩싸였다.
일대일로 사업은 중국 국영은행이 인프라 펀드를 통해 차관을 제공한 뒤 중국 기업이 건설과 운영을 맡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완공 뒤 얻는 운영수익으로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사업 채산성을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한 아시아 저개발국들이 무리한 투자계획을 수용하면서 재정난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도 감소세다. 중국 상무부는 올 상반기 일대일로 관련 국가에 대한 직접투자액이 76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다고 발표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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