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전쟁 프로젝트' 이끄는 법의학·인류학자 진주현
세계 발굴 현장 누빈 '뼈 전문가'
2011년 DPAA '코리아팀' 맡아
7년간 총 231구 미군 신원 확인
[ 주용석 기자 ]
북한이 미국에 송환한 6·25전쟁 참전 미군 유해들의 신원확인 작업을 ‘뼈 전문가’인 법의학·인류학자 진주현 씨(39·미국명 제니 진·사진)가 이끌게 된다.
미국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은 지난 2일 화상 기자브리핑에서 “한국계 미국인 박사 제니 진이 ‘한국전쟁 프로젝트(Korean War Project)’를 총괄한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프로젝트는 6·25전쟁 미국 참전용사 신원확인 작업의 공식 명칭이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게 된 진씨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유학을 떠났다. 스탠퍼드대에서 인류학 석사학위,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0여 년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온두라스, 중국, 베트남 등 세계 각지의 발굴 현장에 참여해 인류의 진화와 기원, 사람과 동물 뼈대의 구조적·기능적 차이 등을 연구했다.
그는 2010년 DPAA의 전신인 합동전쟁포로·실종자확인사령부(JPAC)에 합류했다. 2011년부터 JPAC가 미군 유해 신원확인을 위해 꾸린 ‘K208’ 프로젝트팀을 이끌었다. ‘K208’의 208은 당시 북한이 미국에 보낸 유해 상자 수, K는 ‘코리아’를 의미한다.
미군과의 인연은 그의 조부모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안북도 출신인 그의 조부모는 6·25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에 참여했던 미군들과 함께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온 피란민이다. 이번에 북한이 돌려보낸 유해의 상당수가 장진호 전투에 나선 병사들의 유해로 알려져 조부모 때의 각별한 인연이 이어지게 됐다.
진씨는 K208 프로젝트팀을 이끌면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31구의 신원을 확인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그는 2015년 11월 국내 출간된 저서 《뼈가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뼈 전문가로 이름을 얻었다. 그는 이 책에서 “수십 년 전의 뼛조각만 가지고 신원을 확인하는 일이 가능한 것은 모두 ‘뼈의 증언’ 덕분”이라며 “뼈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실을 기억하고 오랜 세월을 견뎌내며 자신이 품고 있는 진실을 들려준다”고 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유해 송환을 계기로 다음주께 한국전쟁 프로젝트에 전문가 4~5명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기존 5명에서 갑절로 증원되는 셈이다. DPAA는 팀원 증원과 함께 신원확인 작업을 본격화한다. 일차적으로는 유해에서 유전자(DNA) 샘플을 추출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복수의 DNA 테스트와 함께 55개 유해 관에서 치아 조직 또는 흉골(가슴뼈)을 선별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존 버드 DPAA 수석과학자는 “치아 또는 흉부 촬영 기록과 대조할 수 있다면 신원확인 작업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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