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식의 큰 형님 '광저우요리'… 웬만한 식당메뉴 100가지 넘어요

입력 2018-08-05 15:24
여행의 향기

'왕초'의 중국 음식여행 (8) 광둥요리

중국의 맛을 찾아서…



중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꼽자면 단연 광둥요리다. 중국에는 ‘광저우 미식을 즐기고, 쑤저우의 비단옷을 입고, 항저우 미인과 서호에서 유람하고, 좋은 관을 만드는 나무가 나오는 류저우에서 죽는다(食在廣州 穿在蘇州 玩在杭州 死在柳州)’는 말이 있다. 광저우요리를 즐기는 게 행복한 인생의 첫 번째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중국 음식을 4대 요리로 꼽든 8대 요리로 나열하든 광둥요리는 빠지지 않는다. 광둥요리의 핵심이 광저우요리다.

외국에서 만나는 중국 음식 대부분이 광둥요리

여행객이 음식을 만나려면 식당에 가야 한다. 지난 13년 동안 중국 각지를 여행하면서 가장 자주 본 식당은 대중적인 쓰촨음식이고, 가장 고급스러우면서도 비싼 미식은 광둥요리였다. 서구 사람들이 접하는 중국 음식도 광둥요리가 많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이 대양을 통해 서구와 교류하는 데 있어서 광저우가 길목이다. 청나라가 1757년 광저우 하나만 개항했던 때부터 그랬을 것 같다. 1840년의 아편전쟁 이후에도 마찬가지였고 20세기 후반 개혁·개방을 했을 때도 광저우가 대외 교류의 최전선이었다. 서구로 열린 중심 터널이 광둥이었으니 그들이 접한 중국 음식은 곧 광둥 음식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던 것이다.


쏟아져 들어오는 서구 문명을 거슬러 해외로 나간 화교들도 광둥 사람이 주축이었으니 화교가 진출한 외국의 중국 음식도 실제로는 광둥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지금도 세계 차이나타운의 중화 요리는 광둥요리가 많다. 이런 면에서 산둥 사람이 많이 들어온 우리나라는 오히려 예외다.

광둥은 아열대 지방으로 물산이 풍부하다. 역사적으로도 중원의 전란을 피해 상당한 인구가 남천하면서 중원의 문화가 지속적으로 공급됐다. 해양으로부터 외국 문화도 유입됐다. 생존조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아열대 기후에 다양한 문화와 풍부한 식재료가 어우러졌으니 국제적인 미식의 고장이 된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광둥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땀을 많이 흘리는 환경 탓인지 몸을 보하는 음식도 많다. 장시간 우려내는 탕이 대표적이다. 야생동물의 단백질을 탐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 닿아 있다고 느껴진다.

광둥 음식은 단맛이 특징이다. 전통 시대 중국 음식을 방위별로 구분하기도 한다. ‘동쪽은 맵고 서쪽은 시고 북쪽은 짜고 남쪽은 달다’는 말이 지금도 외국인을 위한 중국어 초·중급 교재에 등장한다. 이때의 남이란 창강(長江) 이남을 말한다. 현대에 적용하자면 상하이에서 광둥에 이르는 고급 미식들을 말하는 것이다.

광둥요리에는 고급 식재료가 많이 쓰인다. 광둥의 10대 요리라고 꼽은 것들을 보면 제비집, 전복, 새끼 돼지, 상어 지느러미, 거위 등이 빠지지 않는다. 모두가 비싼 식재료이고 조리에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여행객에게는 딤섬이 입에 잘 맞아

인구가 2000만 명이 넘고 면적이 서울의 12배 정도나 되는 광저우시, 어느 거리를 가든 식당이 많고, 자그마한 식당도 메뉴판에는 보통 100가지씩 요리가 있으니 어디를 가든 안 될 것은 없다. 광저우주자(廣州酒家)는 광저우의 가장 대표적인 식당이라 할 수 있다. 1939년 창업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광저우 최고 식당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본점 이외에 분점도 많은데 일부러 찾아보기로 한다면 주장강 강변에 있는 장반훙러우점도 좋다. 단독 건물인데 서양과 중국 양식이 혼합된 것이다. 1, 2층이 트인 큰 홀이 시원스럽다. 직원들이 상당히 친절하고 외국인에 대한 배려심도 강하다. 혼자 찾아가서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하니 혼자 먹기엔 많다고 한두 개는 빼는 게 어떻겠냐고 물을 정도다.

이런 고급 유명 식당에는 메뉴에 사진이 잘 갖춰져 있고 영어 명칭도 있어서 중국어를 몰라도 큰 불편은 없다. 고급이라지만 비싸지 않은 요리도 많다. 유의할 것은 비싸도 한국인 입맛에는 맞지 않은 것도 있다는 점이다. 전복 요리는 대부분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으니 한두 가지 고르는 비싼 요리로 선택하면 적당하다.

광저우에서 딤섬을 건너뛸 수 없다. 한국 여성들은 광둥 딤섬을 꽤나 좋아한다. 광저우 현지인이라면 딤섬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지만 여행객이라면 유서 깊은 딤섬 전문점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이다. 타오란쉬안은 분점이 여러 개 있는 유명한 딤섬 전문 체인점이다. 그 가운데 사?(沙面)의 타오란쉬안을 추천할 만하다. 딤섬 전문점은 기본으로 차가 제공되는데 타오란위안은 1층은 인당 25위안, 2층 홀은 6위안씩이다. 제공되는 차가 다르지만 실제로는 일종의 자릿값이다.

식탁에 앉으면 메뉴판을 1인당 한 권씩 준다. 일련번호가 붙은 음식이 92가지나 된다. 일부만 사진이 있고 대부분은 사진이 없어 중국어를 모르면 병기된 영어로 이해해야 한다. 음식을 주문하면 그때부터 주방에서 조리가 시작되기 때문에 약 20분은 걸린다. 주문하고 나서 차를 한 잔 하면서 광둥의 느긋함을 즐기는 게 좋다.

해산물 사서 식당에서 조리해주는 수산물시장

광저우에서만 할 수 있는 음식여행은 아니지만 광저우가 해안도시인 만큼 수산물 시장을 추천할 만하다. 구경도 구경이려니와 싱싱한 해산물을 사서 인근 상가 2층에 있는 식당에서 푸짐한 해산물 파티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수산시장과 같은 방식이다. 조리 방식과 해산물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른 비용을 받고 요리를 해준다.

게살을 맵게 볶아내면 최고의 맥주 안주다. 바다향이 진한 게는 찌기만 해도 최고 요리다. 소라는 담백한 요리로도 좋고 매운 맛에도 잘 어울린다. 가리비는 마늘을 듬뿍 얹어 요리하면 한결 맛이 좋다. 굴은 워낙 친숙한 해산물이다. 인원이 5~6명 된다면 문어나 킹크랩도 푸짐하게 즐겨볼 수 있다. 여행객의 음식으로는 황사 수산시장을 광저우에서 즐기는 최고의 음식여행으로 추천한다.


음식여행을 연재하면서 광저우의 2018년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어서 지난달 혼자 광저우를 방문했었다. 며칠을 머무르면서 끼니마다 이런 저런 음식을 맛봤다. 미식 지향적인 여행객이라면 광저우에서 느긋하게 음식여행을 즐길 수 있다. 칼칼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하면 끼니마다 매운 음식 한 가지를 따로 주문하는 요령도 필요하다.

광저우 공항에서 귀국편 탑승을 대기하고 있었는데 어떤 젊은 여성이 놀란 얼굴로 나를 불렀다. 유명한 부부 여행가 ‘뚱딴지’의 딴지여사 고승희 씨였다. 《인조이 중국》 《지금 상하이》 《지금 칭다오》 등 중국여행을 위한 가이드북을 여러 권 저술한 유명한 여행작가다. 광저우를 한 달 동안 취재하고 귀국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광저우 음식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번에 새로 취재했으나 아직 발표하지 않은 광저우의 좋은 식당 몇 곳을 물었다. 흔쾌하게 메모를 보내왔다. 다음은 고승희 씨의 추천 식당이다. 현지인은 반시주자와 베이위안주자를 많이 추천한다고 한다. 두 곳은 분위기도 좋고 맛도 특별하다고 한다.

윤태옥 여행작가 kimy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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