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박상용 산업부 기자
[ 박상용 기자 ] “국토교통부는 이미 답을 정해 놓고 있는 것 같다. 우리를 뭐 하러 불렀는지 모르겠다.”
박상모 진에어 기장이 3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 말이다. 전날 그는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국토부에 다녀왔다. 진에어의 면허 취소 관련 간담회에 직원 대표로 참석해 취소 반대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진에어 임직원과 가족들이 직접 쓴 탄원서 3000여 장도 국토부에 제출했다.
박 기장은 “(국토부 관계자들이) ‘면허를 취소하더라도 고용은 유지되도록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며 “면허 취소로 가닥을 잡아 놓고 간담회는 요식 행위로 연 것 같다”고 한탄했다. 이어 “‘어떻게 고용을 유지할 것이냐’고 되물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못 들었다”고 답답해했다. 박 기장을 비롯한 진에어 임직원 1700여 명은 실직을 걱정하고 있다. 이 중 80%는 20~30대 젊은 직원들이다.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1만여 명이 불안에 떨고 있다.
국토부는 어떨까. 외국인을 6년간 등기이사에 올린 건 진에어 잘못이다. 하지만 국토부도 관리감독 기관이라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가 대표이사를 변경하거나 사업 범위를 변경할 땐 반드시 국토부에 서류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며 “국토부는 6년간 세 차례나 이런 기회가 있었는데도 외국인 등기이사 재직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공무원 3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데 그쳤다. 2016년 면허 변경 업무를 담당했던 과장과 사무관, 주무관 등으로, 직무 유기 혐의가 적용됐다. 박 기장은 “진에어는 직원 1700여 명의 생사가 걸렸는데 국토부는 공무원 3명에게 책임을 묻는 것으로 끝냈다”며 “당시 재직했던 고위 공직자들은 이미 퇴직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해갔다”고 비판했다. 책임을 피해간 고위 공직자로는 3명이 거론된다. 이 중 한 명은 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서 정무부지사로 근무하고 있다. 다른 한 명은 최근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가 진에어 논란이 일면서 철회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가 진에어 사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진에어와 국토부는 정말 6년간 위법 사실을 몰랐는지, 아니면 알고도 서로 묵인했는지 등을 명백히 밝혀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면허 취소냐 유지냐’는 이슈에 숨어 국토부는 슬그머니 책임을 피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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