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고용 좋지만 생산성 제고가 과제인 독일

입력 2018-08-02 16:58
조지프 스턴버그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독일이 효율성 높다고?
산업 대다수 차지하는 서비스업
생산성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
기업 간 생산성 격차 더 벌어져

GDP 대비 투자도 정체
저축은 꾸준히 늘린 반면
20년간 신규투자는 제자리

민간투자 제고가 관건
창업 기업 수 적고 속도 느려
정부 재정 활용한 투자에 집중
사회복지에만 많은 예산 지출


[ 유승호 기자 ]
독일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유럽의 환자’로 불렸다. 통일 비용에 짓눌리고, 높은 세금과 노동시장 규제에 질식하고, 세계화에 따른 경쟁 압력에 내몰렸다. ‘경제적 고문’에 시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위기를 겪었던 탓에 새로운 위기가 과거 위기보다 덜 심각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오늘날 독일 경제는 건강하다. 늙은 유럽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좋은 상태다. 독일의 지난해 실질 경제성장률은 2.5%였다. 강력한 수출 덕분에 무역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8%나 된다. 실업률은 3.7%로 통일 후 최저 수준이다.

이런 행복한 수치들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을 쇠약해지게 하는 요인들을 가리고 있다. 독일은 생산성 위기에 빠져 있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경기 침체가 다시 찾아올 것이다.

독일은 효율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다. 독일에서 생산성이 가장 높은 산업은 수출 제조업이고, 생산성이 가장 높은 기업은 대기업이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규모 서비스 기업의 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독일의 종업원 250명 이상 제조업체 생산성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5%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소규모 제조업체 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2%에 그쳤다. 서비스산업에서 대기업 생산성은 연평균 0.1%, 소기업 생산성은 연평균 0.4% 각각 하락했다.

생산성에 관해 논의할 때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03~2005년 노동법 개혁으로 독일 고용주들은 기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보다는 고용을 늘리는 편을 택했다. 이로 인해 특히 서비스산업 생산성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노동법 개혁을 통해 노동시장에 진입한 근로자 중 다수가 저숙련 서비스 직종에 고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독일의 생산성 문제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OECD는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가장 효율적인 상위 5% 서비스 기업의 생산성은 2006년보다 20% 높아졌다. 이에 비해 나머지 95% 서비스 기업의 생산성은 같은 기간 20% 낮아졌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의 신기술과 노하우가 경제 전반에 퍼지면서 하위 기업 생산성도 좋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독일에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독일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금융회사를 제외한 독일 기업들은 지난 20년간 저축을 꾸준히 늘린 반면 GDP 대비 투자는 정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독일 노동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인을 분석한 결과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자본 투자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독일의 생산성 향상은 대부분 신규 투자가 아니라 기존에 투자한 데서 더 많은 생산물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만약 독일 기업이 기존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벨기에 수준만큼 신규 투자를 늘렸다면 생산성 향상 면에서 전 세계를 이끌어 나갔을 것이다.

독일은 기업 투자 붐이 일어날 필요가 있다. 기업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한 가지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장려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험적인 기업은 개발을 선도하고 혁신을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은 창업하는 기업 수도 적고 속도도 느리다. 독일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면 다른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보다 더 많은 관료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이 부분적인 이유다.

특히 소기업들이 미래의 연구개발(R&D)을 위한 자금을 비축해 두고 있을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자금 조달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서 현금을 덜 쌓아 놓도록 하는 것이다. 국영은행 민영화와 같은 금융 개혁은 모험적인 사업에 대한 대출을 활성화하고 벤처기업을 위한 대출을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치인들과 답답한 관료들은 정부 재정을 활용한 투자에 집착한다. 그들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도로와 교량, 철도, 인터넷 통신망에 돈을 더 쓰면 독일이 생산성 우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 기업보다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한 이유는 없다. 더구나 정부는 사회 복지에 너무 많은 예산을 지출하고 있어 생산성 향상에 투자할 여유가 없다.

IFO연구소(독일 뮌헨에 있는 경제 연구기관)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독일 사회복지 지출이 전체 예산의 거의 절반을 차지해 복지국가로 유명한 스칸디나비아반도 국가들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독일 정부는 공공사업을 실행할 여력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독일은 재정적자를 견딜 능력이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더 많은 부채, 지속 가능하지 않은 재정 지원, 돈만 많이 들고 효과는 없는 공공사업, 더 느린 경제성장이 될 것이다.

어쨌든 독일은 재정 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너무나 많은 정치인들이 무모해 보이지만 않는다면 공공사업과 지출을 원하기 때문이다. 독일이 필요로 하는 민간 투자를 직접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정책은 감세지만 이념적으로 혼란스럽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정부가 감세 정책을 실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원제=The Sick Man of Europe Risks a Relapse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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