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속 끓는 손해보험사, 손해율 관리 '비상'

입력 2018-08-02 15:12

사상 최악의 폭염에 손해보험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축산농가에 피해가 속출하고, 온열환자가 급증하면서 손해율 관리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자동차 사고도 크게 늘어나 올 하반기 차보험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2일 NH농협손해보험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15개 시·도에서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 수는 전날 기준 323만마리로 집계됐다. 지난 11일부터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면서 2주일 동안 218만마리가 폐사했다.

길어진 폭염에 농작물도 타들어 가고 있다. 전국의 농작물 피해 면적은 157.6ha로 축구장 215개를 합한 것보다 크다. 보험사가 추정한 폭염 피해 금액만 173억원에 이른다.

축산농가는 폭염 등의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가축재해보험,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다. 두 보험 모두 정부와 각 지자체가 보험료의 50~80%를 지원하는 정책보험이다. NH농협손해보험, DB손해보험,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여러 손해보험사가 이 보험들을 취급하지만 농협손보가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현재 농협손보에 접수된 농작물 피해는 총 540여 농지. 농협손보는 이날 폭염 피해를 입은 농업인들에게 농작물피해보험금을 조기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보험 지금급 증가로 손해율 관리가 우려되는 곳은 농협손보 뿐만이 아니다. 한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온열 질환자가 폭증하면서 온열 질환을 보장하는 실손보험도 손해율이 치솟을 전망이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폭염에 따른 온열 질환자 수는 지난달 31일까지 2266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28명이 사망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은 재해사망으로 분류돼 보험사들이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폭염으로 쓰러지는 과정에서 물건 등에 부딪혀 다치게 되는 경우에도 상해보험금을 보상한다.

자동차보험 역시 기나긴 폭염에 손해율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자동차 운행량이 늘어나는 만큼 사고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부설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6∼2018년 6∼8월(올해는 7월 말까지)의 교통사고 건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섭씨 1도가 오르면 사고가 1.2% 늘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해 7월 1∼23일은 사고 접수 건수가 19만379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4131건(7.9%) 증가한 수치다. 긴급 사고출동 건수는 2393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16건(4.9%) 늘었다.

손해율 상승은 자동차보험료 인상 압력을 높인다. 8월에도 폭염의 기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기상청의 예보에 업계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기록적인 폭염에 차 사고가 증가하면서 여느 해 여름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올라갈 수 있게 됐다"며 "현재로서는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최대 9월까지 폭염이 지속되리라 생각하고 대책을 강구 중이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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