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면세점 전쟁
글로벌 화장품 1위 로레알
입생로랑과 대대적 뷰티 행사
"인천공항점 반납 만회할 것"
업계 일각 출혈경쟁 우려 속
롯데 '차별화 된 마케팅' 승부
[ 안재광 기자 ]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 13층 VIP 라운지가 1일 프랑스 화장품 입생로랑(YSL) 브랜드 행사장으로 바뀌었다. 메이크업 시연, 가상현실(VR) 체험, 재즈 음악 콘서트 등을 즐기는 사람들로 행사장은 가득 찼다. 롯데면세점이 중국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 불러모은 VIP 고객들이었다. 사흘간 열리는 행사에 해외에서만 2000여 명이 초청됐다. 국내 면세점 행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는 “입생로랑 브랜드 행사를 국내에서 처음 하게 돼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됐다”며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와 다양한 행사를 해 롯데면세점 고객만 누릴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롯데, 입생로랑 세계 판매 1위
이날 행사는 국내 1위 면세 사업자의 자존심을 내건 ‘반격’이다. 전날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내 면세점 세 곳을 자진 반납하면서 약해진 입지를 다지기 위한 첫 번째 전략으로 롯데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협업) 행사’를 택했다.
화장품 체험 행사는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화장품을 뜻하는 영어 단어 ‘코스메틱’과 마니아를 뜻하는 ‘덕후’의 합성어 ‘코덕’이란 말까지 생겼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면세점과 ‘K뷰티’ 산업을 보유한 한국은 ‘코덕의 성지’로까지 불린다. 국내 면세점 매출의 약 60~70%도 화장품에서 나온다.
입생로랑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이런 점에 주목했다. 올초 파리 로레알 본사에서 첫 번째로 ‘입생로랑 뷰티 호텔’ 브랜드 홍보 행사를 연 뒤, 두 번째 장소로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을 택했다. 입생로랑이 유통 기업과 처음 하는 브랜드 행사다. 에밀리 콜맨 로레알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임원은 “‘한류 스타가 입생로랑 틴트를 사용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매출이 급증했다”며 “롯데면세점이 가장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면세점에서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박소미 롯데면세점 화장품 담당 상품기획자(MD)는 “다른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도 처음 시도되는 이번 화장품 브랜드와 면세점 간 협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행사를 더 마련해 롯데면세점의 차별화 포인트로 삼겠다”고 말했다.
◆“면세점 파이 더 커질 것”
그동안 롯데면세점은 ‘태풍의 눈’이었다. 연 매출 약 8000억원 규모의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자리를 신세계면세점에 넘겨준 뒤 업계에선 “롯데가 매출 만회를 위해 대규모 할인, 따이궁(중국 보따리상) 유치 수수료 인상 등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면세점 간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이런 예상은 증시에까지 영향을 줬다. 지난달 호텔신라 신세계 HDC 등 면세점 기업 주가가 줄줄이 20% 안팎 급락하기도 했다. 면세점 수익성이 급락할 것을 투자자들이 크게 우려한 탓이다. 국내 면세점 매출이 지난 3월 정점을 찍고 조금씩 떨어진 영향도 있다. 면세점 매출은 3월 15억6008만달러에서 6월 14억1731만달러로 석 달 만에 약 9% 감소했다. 증권가에선 “파이가 커지지 않는데, 나눠 먹기 경쟁은 심해져 실속이 없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이 출혈 경쟁을 자제하고 ‘파이 키우기’에 나서면서 업계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내면세점 관계자는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규제가 아직 풀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면세점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게 증명됐기 때문에 앞으로 유커가 복귀하면 면세점 매출은 급격히 늘 것”으로 내다봤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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