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서양에서 온 귀하디 귀한 치이즈로 맹글어 맛이 됴습니다.’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여기 등장하는 치즈빵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도깨비’ ‘태양의 후예’를 쓴 스타 작가 김은숙의 ‘미스터 션샤인’. 초반부터 간접광고(PPL)가 화제입니다. 미스터 션샤인은 1900년대 초 격변하는 조선시대가 배경이지요.
원래 사극은 PPL의 불모지로 통했습니다. 식품회사들은 주로 일일 드라마 등의 배경 공간을 제공하거나, 오피스의 커피나 간식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PPL을 해왔습니다. 미스터 션샤인은 개화기 조선을 다룬 만큼 어떻게 ‘신문물’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느냐가 관건이었지요. 과도한 PPL이 거슬린다는 시청자들의 항의와, 제작비 충당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제작진 사이에서 김은숙 작가는 어떤 재치를 발휘했을까요.
당시 조선은 엿 대신 눈깔사탕을, 차 대신 가배(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때입니다. 빵과 서양의 그릇도 등장하지요. 극중 사대부 영애인 주인공 고애신(김태리)은 하인들과 함께 길거리에 나가 ‘불란셔제빵소’에서 왕사탕을 입에 물고 눈을 번쩍 뜹니다. “뭐 이리 맛있는 게 다 있느냐”며. 또 한 날은 대패로 얼음을 갈아 만든 새빨갛고 샛노란 ‘꽃빙수’를 맛봅니다. 여기서 불란셔제빵소는 ‘파리바게뜨’입니다. 프랑스를 뜻하는 불란서를 발음대로 살렸지요. 극중 불란셔제빵소의 로고도 에펠탑을 닮아 눈썰미 좋은 사람들은 이미 눈치를 챘다고 합니다.
조선 최초의 호화 호텔로 등장하는 글로리여관에서는 유명인사들이 ‘달콤커피’를 마십니다. 달콤커피는 전국 167개 매장이 있는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이번 드라마에서는 ‘모닝 가배’를 찾는 유학파, 조선 땅을 처음 밟은 미국인들의 손에 달콤 커피가 들려 있습니다. 화면 중간중간 달콤커피의 한글 로고가 스쳐갑니다. 또 CJ ENM 오쇼핑의 자체제작(PB)브랜드인 오덴세 그릇은 유진 초이(이병헌)의 손에 들려 나옵니다. 커피를 마시던 그가 잔을 번쩍 들고 외칩니다. “혹시 요즘 이 잔이 유행이오?”
파리바게뜨는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면서 ‘불란셔 치즈빵’, ‘불란셔 감자빵’, ‘불란셔 우엉빵’ 등을 매장에 내놨습니다. 왕사탕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요. 여름 신제품인 눈꽃빙수는 지난 주 방송을 탄 이후 찾는 사람이 많아 PPL 덕을 많이 보고 있답니다. 사극이어서 협찬을 하지 않았던 식품업계에는 뒤늦게 후회하는 이들도 등장했습니다. 이 드라마에 쓰인 PPL 제품들이 너무 자연스럽고 성의있게 녹아든 것을 보며 ‘우리도 할 걸 그랬나’ 한다는군요.
시도때도 없이 극을 방해하듯 등장하던 홍삼 제품이나 특정 커피캔이 아닌 알쏭달쏭한 PPL. 이제 PPL을 유심히 찾는 시청자들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드라마 게시판 등에는 마치 숨은그림 찾기를 하듯 ‘미스터 션샤인, 오늘의 PPL 찾으신 분’ 글들이 올라오곤 합니다. (끝) /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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