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생노동성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유도만능 줄기(iPS)세포를 활용한 파킨슨병 치료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iPS세포는 피부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다양한 세포와 기관 등으로 자랄 수 있도록 만든 줄기세포다. 임상시험이 성공하면 파킨슨병이나 다른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줄기세포 후발국이었던 일본이 세계를 선도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규제 철폐가 자리잡고 있다. 일본은 줄기세포 분야를 신(新)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한국이 2011년 도입했던 ‘의약품 신속허가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2014년 ‘재생의학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임상 초기 안전성만 확인되면 줄기세포 치료제가 난치병 환자에게 활용될 수 있도록 ‘선 승인, 후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마지막 임상(임상 3상)에 소요되는 수천억원의 자금 부담을 줄여주고, 치료제 출시도 3년가량 앞당겨준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재생의료를 포함, 생명과학 기초연구부터 산업화까지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도 출범시켰다. 최근 10년간 1조원이 넘는 줄기세포 연구비를 지원했다. 일본에서 iPS세포를 활용한 각막 이식 성공, 세계 최초의 심장질환 치료제 임상 승인 등의 성과들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한때 ‘줄기세포 최강국’으로 불렸던 한국이 줄기세포 치료제를 신속허가제 대상에 넣느냐 마느냐를 논쟁하다 사실상 관련 법안을 사장(死藏)시킨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에선 ‘황우석 사태’ 이후 엄격해진 생명윤리법 탓에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과 시술이 대폭 제한돼 있다. 치료제를 개발해도 안전성은 물론 효과가 완전히 입증돼야 허가를 내준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일본에서 허가를 받고, 미국에서 실험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 등을 앓는 국내 환자들이 수천만원을 들여 일본 줄기세포 병원을 찾는 것도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일본은 규제완화를 통해 저 멀리 앞서가는데, 한국은 수년째 생명윤리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