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실손보험 의료비청구 디지털화 서둘러야

입력 2018-07-30 19:10
개인이 허락한 진료데이터를 공유
의료보험·손해보험 업무 동시 처리
디지털 플랫폼 의료서비스 확대해야

최재붕 < 성균관대 교수·기계공학 >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의료서비스다. 한국의 의료서비스는 혜택의 범위가 넓고 의료 기술 수준도 높아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의료서비스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바로 디지털서비스 시대로의 전환이다.

세계 문명은 디지털 시대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라고 불리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전 세계 30억 명을 넘어서면서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등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기업들이 세계 1~7위 기업에 올라 있으며 이들 기업에 축적된 투자 자본만도 5600조원에 이른다. 스마트폰 사용 인구는 2020년까지 60억 명에 이를 전망이라고 하니 디지털 문명으로의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7대 기업이 우리나라 시장에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대한민국은 디지털 문명에 대해 얼마나 준비돼 있으며 매력적인 시장인가를 묻고 있다.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제도와 규제는 ‘철의 장벽’에 가깝다. 세계 7대 기업이 한국에 오면 불법 기업이 된다. 개인 정보를 축적하고 그것을 외부 클라우드 서버에 보유하는 것, 그것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 모두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세계 100대 벤처의 비즈니스 모델도 50% 이상이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그만큼 우리는 디지털 신문명에 대해 폐쇄적이고 수비적이다. 그러니 새로운 일자리의 생성도 창업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과감한 규제개혁을 선언하고 그 첫 번째 대상으로 의약서비스를 언급했다. 의약 분야의 폐쇄적인 규제들을 풀어내고 디지털서비스를 적극 도입해 의료서비스를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디지털 문명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저비용으로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은 전 세계 모든 정부가 추구하는 사업이다. 의료서비스 수준이 높고 소비자의 디지털 문명 이용 능력이 뛰어난 한국에서는 성공 가능성도 매우 높다.

혁신의 첫걸음은 가장 쉬운 분야에서의 빅데이터 구축과 활용에서 찾아야 한다. 손해보험청구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미 3000만 명이 가입한 보편화된 서비스일 뿐 아니라 논란이 되는 의료 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매우 편리하다. 개인이 허락한 진료데이터를 기관별로 공유하며 의료보험과 손해보험 업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소비자의 노력과 시간뿐 아니라 기관의 처리 비용도 절감된다. 개인 의료정보 유통 시 발생하는 순작용과 부작용도 점검할 수 있다. 큰 문제 없이 서비스가 이뤄진다면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의료서비스를 여러 분야로 확대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서비스로 평가받는 건강검진 데이터를 활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진단 시스템 개발도 꿈꿔 볼 수 있다.

디지털 문명에 익숙한 소비자를 위한 디지털서비스의 도입과 확대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쉬운 것부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부터 얼른 첫발을 떼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준비는 미래기술 개발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기술을 시장에서 실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선언한 의료산업 혁신의 과감한 첫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