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프리존법=최순실법'이라던 與… 고용 악화되자 찬성으로 선회

입력 2018-07-29 18:36
수정 2018-07-30 09:13
서비스발전법 통과 합의

내달 임시국회서 처리키로

野 '규제프리존법'까지 수용
인터넷은행도 3곳 이상 늘려
벤처 투자 '마중물' 역할

단서 조항 많을땐 法무력화
'각론' 놓고 여야 조율이 관건
통과땐 일자리 69만개 늘듯


[ 김우섭 기자 ]
2012년 7월 발의 이후 7년째 국회에서 잠자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지나도록 혁신성장에 속도가 나지 않고, 고용 지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태도를 바꿔 법 통과를 추진하기로 야당과 합의한 것이다.

◆민주, 야당의 규제프리존법 받겠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전국 14개 시·도에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주는 규제프리존법은 지난 정부에서 야당이던 민주당의 반대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은 “‘비선실세’ 최순실을 위해 만든 법” “재벌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법”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국회 상임위원회 상정조차 극렬히 반대했다.

최근 여권 분위기가 급격히 돌아섰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회의에서 “깜짝 놀랄 만한 규제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당정협의에서 “보건·의료 분야를 포함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의 경제·민생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고 있는 최운열 의원도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성장동력 개발과 일자리 확충을 위해 서비스업 발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면 2030년까지 최대 69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홍 원내대표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과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겠다”며 각종 민생 관련 법안 통과를 부탁했다.

여당은 한국당이 발의한 규제프리존법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법안은 정부 부처들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규제프리존법에 찬성한다”며 “혁신을 위해 당을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법은 특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추가 설립도 추진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완화 이후엔 인터넷은행의 추가 인가도 추진된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기존 은행들이 융자 중심 영업 관행을 버리지 않는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을 중소·벤처 투자의 마중물로 삼겠다”며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던 당내 소수파의 이견도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산분리는 기업과 은행의 유착을 막기 위해 기업이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규제다. 은행은 대출이 늘어나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을 더 늘려야 한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설립을 주도한 KT와 카카오는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자본을 더 투자할 수가 없다. 민주당은 두 개인 인터넷은행을 다섯 개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협의 중이다.

각 규제개혁 법안의 심사 과정에서 여야 간 줄다리기도 예상된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여당의 규제혁신 방안엔 각종 ‘전제’ 조건이 있어 법안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각론을 두고 조율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규제샌드박스 5법은 규제프리존법과 비교하면 국민의 건강과 환경, 안전 등을 지켜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 “규제개혁 법안 안의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채 의장의 설명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그러나 “규제프리존법은 기존에 발의된 지역특구법과 비슷한 내용인 만큼 병합해 심의하면 된다”며 “한국당이 원하면 법안명도 규제프리존법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고 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서비스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근거를 담은 모법(母法)으로 2012년 7월 정부 입법으로 발의됐다. 유통, 의료, 관광,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 및 제도 개선과 자금, 인력, 기술, 조세 감면 등의 지원 근거를 담았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