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과 싸워 이긴 '긍정의 아이콘'… 티파니 조, 스코티시오픈 깜짝 선두

입력 2018-07-27 16:57
2라운드까지 13언더 몰아쳐
박성현·양희영 등 공동 4위


[ 조희찬 기자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애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총상금 150만달러) 2라운드에서도 단독 선두로 나선 재미동포 티파니 조(32)의 두피에는 제법 큰 수술 자국이 남아 있다. 그는 지난해 초 갑작스레 피부암인 악성 흑색종에 걸렸다는 판명을 받았다. 흑색종은 멜라닌 세포의 악성화로 생기는 종양이며 피부암 중에서도 가장 악성도가 높다.

흑색종은 주로 자외선에 약한 백인이 잘 걸리는 병으로 알려졌다. 동양인에겐 찾아보기 힘든 병이다.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한 명 전후에 불과하다. 티파니 조의 담당의사도 한국계인 그가 흑색종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티파니 조는 LPGA투어 선수들 사이에서 타고난 유쾌함과 유머감각으로 웃음을 담당하고 있는 선수다. 생명을 잃을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되레 “항상 내 몸속에는 백인의 피가 조금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며 “술을 먹어도 얼굴이 빨개지지 않고 산수도 잘 못했다”고 농담하는 등 자신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티파니 조의 대학 시절 코치였던 캐리 포시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UCLA 골프팀 코치는 “나는 티파니 조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화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내가 예상한 그 어떤 반응도 그에게선 볼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티파니 조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두 달 만에 재활을 마친 그는 지난해 중반부터 LPGA투어로 복귀했다. 그리고 27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이스트 로디언의 걸레인골프클럽(파71·6480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4타를 줄였고 오후 11시 현재 중간합계 13언더파 129타로 단독 선두 자리를 지키며 첫 우승 기회를 잡았다.

그는 경기 후 “끝까지 버텼고 퍼팅도 정말 훌륭했다”며 “샷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실수해도 (운 좋게) 좋은 지점에 공이 떨어졌고 달아오른 퍼팅 실력으로 점수를 줄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성현(25)과 경기를 진행 중인 양희영(29)이 8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유소연(28)과 아직 경기 중인 신지은(26)이 7언더파로 공동 6위에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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