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의 신 포구기행
[ 심성미 기자 ]
작은 포구마을을 여행하며 만난 삶의 아름다움을 전하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곽재구의 포구기행》 저자 곽재구 시인이 15년 만에 신작 기행 산문집 《곽재구의 신新 포구기행》을 펴냈다. 전작 《곽재구의 포구기행》에서 다루지 않은 화진포와 구강포, 삼천포, 격렬비열도 등 전국 곳곳의 해안과 섬, 만 33곳을 찾은 기록을 담았다.
전작과 비슷한 콘셉트의 포구 기행 산문이지만 저자의 시선은 더 섬세해졌고 문장은 한층 더 깊어졌다. 아늑한 순천의 와온바다, 모래알이 하늘로 날아오를 듯 반짝이는 익금바다 등 저자가 전하는 포구마을의 한가로운 풍경은 읽는 이들의 마음을 여유롭게 하기에 충분하다. 글에서는 저자가 가지고 있는 바다에 대한 깊은 신뢰가 느껴진다. “저녁이 되면 배들은 돌아왔고 선창에서 기다리던 식구들이 리어카에 그날 잡은 물고기를 싣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마을은 작은 등불들을 켜고 이들을 안아주었지요. 포구마을의 불빛들이 생일초의 불빛 같습니다.”(작가의 말 중)
글의 백미는 포구에서 우연히 만난 바닷가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평생 바닷바람을 맞으며 일해 자식들을 키워낸 어부, 갯지렁이를 잡아 장어 낚시를 하는 어촌 사람, 머리에 땀수건을 묶고선 웃으며 경운기를 모는 베트남 아낙의 정직한 삶에서 저자는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곽 시인과 동행하며 포구마을의 풍경을 담은 김수연 사진기자의 사진은 글의 맛을 더한다. 넓은 바다를 바라보다 보면 마음이 넉넉해지는 기쁨을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낄 수 있다. (해냄출판사, 368쪽, 1만68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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