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호 '보물선'이라더니 '역사적 사료' 말 바꾼 신일그룹…회장 도망 '촌극'

입력 2018-07-26 12:59
수정 2018-07-26 15:27

러시아 침몰 함정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신일해양기술주식(기존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의 가치가 150조원에 달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철회했다. 돈스코이호의 금전적 가치가 최대 10조원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돈스코이호가 '보물선'이라는 기존의 주장도 '역사적 사료'라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영상] 신일그룹 최용석 대표 '돈스코이호' 관련 모두발언

신임 최용석 신일해양기술주식 회장은 26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미디어간담회를 열고 "기존 공기관에서 사용한 '보물선'이라는 단어와 일부 언론보도 및 추측성 자료 등을 저희가 별도 검증 없이 내용을 인용해 사용했다. 이 점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200톤의 금괴가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금시세를 감안하면 돈스코이호의 가치는 약 10조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돈스코이호의 본질은 보물선이 아닌 열강 패권 경쟁의 역사적 사료라고 생각한다"며 "러시아 정부에 서류를 공식 채널을 통해 보낼 예정이며 국내법무법인을 통해 돈스코이호 최초발견자 지위 확인과 우선발굴자 지위확인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돈스코이호에 금괴가 실제로 실려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회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매우 의미있는 물건이 보관돼 있어 보이는 여러 개의 상자 묶음들을 육안으로 봤고 단단한 밧줄로 고정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영상 및 사진 자료에서는 상자의 존재 유무가 확인되지 않았다. 탐사에 참여한 더글라스 비숍 잠수정파일럿은 상자를 확인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갑판에서 철제로 된 상자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갑판을 모두 확인하지는 못했다. 만약 있다면 안에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 신일골드코인 발행사 '신일그룹'과 별개

신일해양기술주식은 신일골드코인을 발행하는 싱가포르 '신일그룹'과 상호는 같지만 전혀 관계 없는 별개 회사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주식)은 신일광채그룹, 신일유토빌건설, 제이앤유글로벌, 신일골드코인 등과 전혀 다른 법인이고 어떤 주주권의 관련도 없다"며 "회사는 순수히 돈스코이호의 탐사와 발견시 인양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신일골드코인 및 싱가포르 신일그룹과 신일해양기술주식회사는 무관하며 기존 법인명이 동일해 발생한 일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싱가포르 법인 신일그룹의 동일상호와 신일골드코인 연관성 등의 기사 게재로 돈스코이호를 발견하고도 신일그룹의 기업이미지가 급격히 추락, 사명을 신일해양기술주식회사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와 함께 기존 류상미 대표이사의 사임에 따라 신임 대표이사로 최 회장이 이날 신규 취임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최대주주도 류 씨에서 CPA파트너스로 변경됐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CPA파트너스는 신일해양기술주식의 유상증자에 참여, 지분율 50%를 확보했다.



◆ 기존 최대주주 류상미 씨, 싱가포르 신일그룹 및 신일골드코인과 밀접히 연관

그러나 특허청에 출원된 '신일골드코인'과 '돈스코이호' 상호의 출원인은 회사의 전 대표이자 최대주주인 류 씨로 확인된다. 류 씨는 지난 5월 신일골드코인에 대한 상호를 출원했고 지난해 12월에는 돈스코이호에 대한 상호를 출원했다. 신일그룹과 신일골드코인이 전혀 무관하다는 회사 측의 주장과 전면 배치된다.

이에 최 회장은 "싱가포르 신일그룹의 운영자를 유지범 씨라고 알고 있는데, 류 씨와 유 씨는 인척관계 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유 씨는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이어서 류 씨의 명의로 허가 내지는 등록을 신청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개인 류 씨와 유지범 씨의 관계에 의해 생긴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소재 신일그룹에서 돈스코이호 인양을 목적으로 암호화폐를 발행, 판매했다는 지적에는 "우리 신일그룹에서는 아는 바가 없다"면서도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주식)이 설립을 급하게 해서 웹페이지를 만들지 못한 상황이었고 싱가폴 신일그룹과의 명칭 문제로 오해가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싱가폴 신일그룹의 웹페이지를 사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싱가포르 신일그룹과의 연관성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신일골드코인 SNS에 게재된 사진에서 이날 신일해양기술주식 간담회에 참석한 알렌 탐사자문, 진교중 탐사총괄자문 등의 모습이 확인된다는 지적에 "유지범 회장이 탐사를 시작한 것은 맞지만 돈스코이호를 인양 시도하는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주식)은 돈스코이호의 유물적 가치 훼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새로 발기한 회사"라고 답했다.

그는 "기존의 신일그룹과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라는 회사가 탐사를 시작해 가시적인 결과가 목전에 나온 시점에서 (돈스코이호의) 유물적 가치에 대한 훼손 등의 우려를 불식하고 순수한 돈스코이호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주식)을 발기했다"며 "신일해양기술은 순수하게 인양만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라는 법인이 돈스코이호를 발견, 인양을 위해 '신일그룹'을 발기한 연관성이 인정된다.

최 회장은 "싱가포르 신일그룹의 코인 발행 규모는 저희가 전혀 파악하지 않고 있고 이사회 및 대표가 변경돼 전혀 다른 회사"라며 "코인발행에 의한 피해자 보상이 있어야한다면 류 씨와 상의해서 류 씨의 지분을 피해자 분들께 돌려드릴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영상] '돈스코이호' 간담회, 최용석 대표 10여 분간 도망...현장은 '아수라장'


◆ 최용석 회장, 질의응답 회피 후 도망…'촌극'

한편 최 회장은 이날 발표 이후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을 피해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뒷편으로 이동, 10여분간 기자들과 추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취재진을 뿌리치지 못한 최 회장은 기자들에게 질의응답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기자회견장으로 돌아왔지만 재차 취재진을 피해 달아났다.

십여분 후 회견장으로 돌아온 최 회장은 "다음 일정 때문에 이동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소현 한경닷컴 기자 ksh@hankyung.com
영상 =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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