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인프라웨어테크놀러지가 서울 상암동에 개점한 스마트짐 '온핏스마트짐' 1호점에 갔다. 높은 빌딩이 즐비한 디지털미디어시티 근처에 있어 직장인들이 퇴근 후 운동하러 오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프라웨어테크놀러지가 개발한 피트니스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스마트짐'이 보통 헬스장과 얼마나 다를지 기대감을 안고 입구에 들어섰다.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온핏스마트짐은 개인별 체력 측정 결과를 다각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건강 관리 목표를 수립하고 자체 알고리즘으로 운동 처방을 제공하는 스마트 헬스장을 표방한다. 온핏스마트짐은 크게 세 요소로 구성된다. 체성분분석기, 근력·근지구력·심페지구력·유연성 측정기 등 체력 측정 장비와 지능형 러닝머신·자전거·근력 운동기구 같은 스마트 운동 장비 그리고 운동 관리 소프트웨어다. 이렇게 말만 들어서는 어떤 헬스장인지 이해하기 힘들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는 게 방문 목적이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자기 몸 상태를 아는 것이다. 체성분분석기로 근육량, 체지방량 등을 측정한 뒤 트레이너와 상담하면서 운동 목표와 전반적인 계획을 세운다. 온핏스마트짐을 소개하러 온 윤상원 이사는 "상담 비용은 따로 없다"고 했다. 헬스장의 꽃은 트레이너가 일일이 회원 관리를 하는 '퍼스널 트레이닝(PT)'인데 모든 회원에게 상담을 제공한다는 설명에 어리둥절해졌다. 윤 이사는 "스마트짐의 핵심은 트레이너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상담을 마친 뒤 입구에 설치된 키오스크에 회원번호를 입력하면 당일 사용자가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트레이너가 아니라 피트니스 소프트웨어 '온핏'이 짜서 클라우드에 저장한 운동 계획이다. 윤 이사는 "키오스크 옆에 놓인 스마트밴드를 착용하고 첫 운동기구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온핏스마트짐의 모든 운동기구에는 온핏이 탑재돼 있다. 온핏은 미국스포츠의학회를 비롯한 운동 연구기관이 내놓은 자료를 바탕으로 운동 계획을 세워주는 알고리즘이다. 사용자의 키와 몸무게, 최대 근력, 최대 산소 섭취량 등을 감안할 때 최상의 운동효과를 내려면 어떻게 운동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윤 이사는 암컬(팔 운동기구)을 이용해 몸소 시범을 보였다.
"스마트밴드를 기구에 갖다 대면 제 정보가 화면에 뜹니다. 기구 사용법을 모르는 회원을 위해 운동 영상을 제공합니다. 먼저 최대 근력을 측정해야 해요. 그럼 거기 맞춰서 중량과 횟수가 정해집니다. 제 최대 근력은 50kg입니다. 그럼 1세트에 중량 40kg을 10회 들라고 나오죠. 10회 하면 1분간 휴식입니다. 2세트는 중량이 달라졌죠? 1세트를 해서 낮아진 최대 근력을 반영해 다시 운동 목표를 제시하는 겁니다."
중량을 제대로 들지 않으면 기구가 횟수를 세지 않는다. 트레이너가 없어도 체계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윤 이사는 "현재 온핏스마트짐은 트레이너가 주간에 한 명, 야간에 두 명밖에 없다"며 "트레이너가 하는 일을 온핏이 돕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레이너가 "하나 더!"를 외치며 회원을 북돋는, 으레 '헬스장' 하면 떠오르는 장면을 이곳에서는 볼 수 없다.
다음에 할 운동은 무엇인지 화면에 친절하게 나타난다. 트레이너에 이끌려 다니지 않고 회원이 제 컨디션에 따라 운동 계획을 지킬 수 있어 운동 부담을 덜 수 있다. 러닝머신도 '스마트'하다. 온핏스마트짐의 러닝머신은 회원의 최대 산소 섭취량을 기반으로 심폐지구력 강화, 열량 소모 등의 효과가 커지는 속도와 시간, 경사도를 자동 조절한다. 무조건 빨리, 오래 뛰는 게 능사가 아닌 셈이다.
헬스장에 가면 사방에 거울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잘못된 운동 자세를 바로잡고 운동 효과가 몸에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온핏스마트짐에도 거울이 있다. 그런데 보통 거울이 아니다. '스마트미러'다.
큰 운동기구 말고 맨손체조나 아령 같은 작은 운동기구를 이용한 운동도 온핏은 빼놓지 않고 챙긴다. 스마트미러는 국내 최초로 동작 인식 기술이 활용된 운동 보조기구다. 스마트미러가 제공하는 운동 프로그램이 거울에 뜨고 영상을 보면서 운동할 수 있다. 스마트미러 안에 장착된 카메라가 각 운동의 세부 동작을 인지해 횟수를 센다. 자세가 부정확하면 숫자는 올라가지 않는다.
모든 운동 기록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운동기구가 온핏 앱(응용프로그램)에 자동으로 전송한다. 회원은 앱으로 개인별 운동 처방을 보거나 누적된 운동 기록 및 스케쥴을 관리할 수 있다. 필라테스, 요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예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재밌는 기능은 운동 기록 랭킹 시스템이다. 온핏스마트짐 회원 중 누가 가장 많은 중량을 들었는지, 누가 가장 많이 뛰었는지 순위를 알 수 있다. 개점한 지 이제 갓 한 달 넘었는데 한 회원은 누적 수십만kg을 들었다. 윤 이사는 "운동은 지겹고 힘들다는 선입관을 버리고 자발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기능을 넣었다"고 했다.
현재 회원 수는 700여 명이다. 비용은 1년에 50만원 정도로 보통 헬스장보다 비싸지 않다. 인프라웨어테크놀러지는 올해 안에 2호점을 열 예정이다. 스마트짐이 점차 확대되면 국내 피트니스 문화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대단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트레이너 대신 운동과학을 토대로 한 피트니스 소프트웨어가 회원의 건강을 관리하는 '헬스장의 혁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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