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BOJ가 입증한 미국 경제의 강력함

입력 2018-07-24 06:47
수정 2018-07-24 21:34

월스트리트에서는 최근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 평탄화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일었습니다.

10년물 국채와 2년물 국채간 장단기 금리 차이가 20bp 수준까지 좁혀졌기 때문입니다.

장단기 금리 차가 역전되는 건 2차 세계대전 이후 강력한 침체 신호였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7차례 수익률 곡선 역전이 나타났는데 어김없이 경기 침체가 뒤따랐습니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일본은행(BOJ)이 이런 월가의 일부 우려를 크게 덜어줬습니다.

23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급등해 2.958%까지 올랐습니다. 이 때문에 10년물과 2년물 수익률 격차는 최근 24.3bp에서 32.7bp로 벌어졌습니다.


이는 전날 일본은행이 2013년부터 실시한 대규모 금융완화의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때문입니다. 금융사 경영 악화, 연기금 운용난 등 금융완화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고 있어 오는 30~31일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보도입니다.

일본은 올들어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지는 것으로 평가되어왔습니다.

그런데 일본은행이 테이퍼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 0.032%에서 0.082%까지 급등했습니다.

일본은행은 금리가 오르자 BOJ는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지정가로 잔존 만기가 '5년 초과~10년 이하'인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금리는 0.11%로 시장보다 높게 제시돼 실제 낙찰된 거래는 없었습니다.


일본의 금리가 오르면 그동안 미 국채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환헤지 비용까지 감안하면 그게 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일본의 유럽의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일본과 유럽의 장기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사들였고, 그 결과 미 국채 장기물 수익률이 예상보다 낮게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이날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일본계 자금이 빠지면서 미 국채 금리가 올라갈 것이란 관측에 매도세가 나온 겁니다.

미 10년물 국채는 지난 5월 3.1%까지 치솟았으나 그 이후 수요가 몰리며 하락해 최근까지 2.7~2.8%에 머물러 왔습니다. 반면 2년물 등 단기물은 미 중앙은행(Fed)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시도하면서 계속 올랐구요.

때문에 국채수익률 곡선 평탄화가 발생하고 이는 경기 논쟁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이날 일본과 연동된 국채 시장 움직임을 보니, 미 국채 수익률 곡선 평탄화는 미 경제의 침체를 예고한다기보다는 일본이나 유럽 경제보다 미국 경제가 더 강하기 때문에 생겨났다는 해석이 맞는 것 같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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