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脫원전' 이후 차곡차곡 쌓여가는 온갖 모순들

입력 2018-07-23 18:06
‘탈(脫)원전’ 정책을 선언한 정부가 자기 말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정부 예상치를 넘어서자 점검을 위해 세워놓은 원전 2기 재가동 시기를 앞당기고, 8월 정비에 들어가려던 2기는 정비 착수 시점을 늦추기로 했다. 이런 방법으로 최대 전력 수요량의 약 6%를 추가 공급해 원전 가동 중단으로 54.8%(지난 3월)까지 낮아졌던 원전 가동률을 한시적으로 탈원전 시행 이전 수준인 약 80%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전력 상황이 다급해지자 다시 원전에 기대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탈원전’을 고수하는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자가당착’일 뿐이다. 원전 조기폐쇄 등을 결정한 한수원 사외이사 5명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이해도를 높이겠다”며 해외 건설현장 시찰에 나선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이들은 불과 몇 주일 전, 시간·장소를 바꿔가면서까지 ‘도둑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원전 4기 건설을 백지화한 장본인들이다.

원전을 대체하는 ‘친환경’이라는 태양광 발전은 곳곳에서 산사태를 부르는 등 환경을 파괴하는 역설을 낳고 있다. 농어촌공사가 전국 3800여 개 저수지에 태양광 패널을 깔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수상 생태계 파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가 경사도 15도 이상인 곳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금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다.

탈원전 선언 1년이 지나면서 전력 수급 불안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올여름뿐만 아니라 지난겨울에도 전력 수요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면서 정부의 급전지시만도 10차례나 있었다. 관련 공기업은 적자가 누적되는 등 원자력산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갈수록 모순만 드러내는 ‘탈원전’ 질주를 이쯤에서 멈추고, 에너지정책 전반을 처음부터 다시 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