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핵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가 보도했다. 미국이 무역전쟁과 대만 문제 등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것과 달리 러시아에 대해 '저자세'를 보이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핵 역량 차이 때문이란 주장이다.
환구시보는 21일 미국과 러시아의 세계 핵무기 점유율이 약 90%를 차지한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가 세계 양대 핵강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양국이 반드시 조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했다.
환구시보는 "러시아의 경제력은 10위권 밖일 정도로 약하지만, 막강한 군사력과 핵 역량을 통해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동과 유럽에서 러시아와 갈등을 겪지만, 러미 양자관계와 관련해 갑자기 강경정책 노선에서 방향을 틀어 저자세 보이는 것은 러시아가 '핵 대국'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환구시보가 중국 국익을 대변하는 등 국수주의 색채가 강한 매체지만, 미국과의 경쟁에서 핵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주요 국가의 핵탄두 보유량은 2016년 기준 러시아 7290개, 미국 7000개로 1위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프랑스와 중국이 각각 300개와 260개로 뒤를 잇고 있다.
신문은 더 나아가서 중국 역시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경쟁하기 위해서는 핵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문은 "중국에는 핵무기를 그저 보유만 하면 되지 과도하게 많은 양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사고가 만연해 있다"며 "이런 사고는 중국 핵무기를 현대화해 2차 핵 타격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뿐 핵무기 개수를 늘릴 필요가 없다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와 대만 문제에서 시도 때도 없이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중국의 핵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오만한 대중 전략의 근원은 중국에 대한 절대적인 핵 우위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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