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글에 대한 네티즌의 냉철한 의견을 공유하고 함께 생각해보는 [와글와글]. 오늘은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의 카카오톡을 우연히 보고 몰랐던 두 얼굴에 파혼을 고민하는 A씨의 이야기다.
누군가에는 고민할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소수의 사연이 사실은 내 가족이나 친구가 겪고 있는 현실 일지 모른다. 다양한 일상 속 천태만상을 통해 우리 이웃들의 오늘을 들여다보자.
서른한 살, 의료계에 종사하는 A씨는 결혼을 3개월 앞둔 남자친구가 있다.
두 사람은 1년여 간 연애하면서 평소 서로의 사생활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아도, 숨김없이 알아서 잘 말하고 배려하는 사이라고 생각했다.
결혼 준비를 위해 백화점에 나왔다가 예비신랑(이하 예랑)이 화장실 가며 맡겨둔 핸드폰을 봤다. 평소라면 무관심 했을 텐데 그날따라 심심했기도 했고, A씨의 핸드폰은 배터리가 아슬아슬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신랑의 카카오톡에는 친구들로부터 메시지가 와 있었다. 상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친구들과 메시지를 보고 A씨는 큰 충격에 받았다. 아래는 A씨가 공개한 카톡 내용이다. 실제 글은 저급한 욕설이 난무했다. 대화1.
친구 : 예쁜 마누라 얻어서 좋겠다 너~
예랑 : 얼굴만 예쁘면 뭐해, 매일 인상만 찌푸리고 있는걸.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 하는 줄 알아.
대화2.
친구 : 그래도 A가 너보다 돈 많이 벌잖아. 부럽다~
예랑 : 어차피 결혼하려고 그만둘 생각했는데 동네 병원에서라도 일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 계속 일 시킬 거야. 일자리 넘치는 모양이더라.
대화3.
친구 : 너네 결혼식 때 가서 축의금 안내고 뷔페 10접시 먹어도 되냐? ㅋㅋ
예랑 : 야, A한테 맞기 싫으면 성의껏 알아서 해라. 걔 성격 엄청 더럽다.
대화4.
예랑 : 초복이라 A 집에 가서 삼계탕 먹고 왔다.
친구 : 역시 사위 사랑은 장모님인가봐~ 부럽다.
예랑 : 엄청나게 짜서 죽을 뻔했어. 소금을 아주 들이 부었던데? 음식 진짜 못하는데 그만 불렀으면 좋겠다.
대화5.
친구 : 내 여자친구는 살쪘다고 뭐라고 해. 솔직히 찐게 예쁜데 왜 빼려는지 모르겠어.
예랑 : 네 여친은 살찌면 가슴 커지잖아. 빼지 말라고 해~ 그에 비해 A는 앞뒤 구분이 안 됨.
A씨가 사실 가장 소름 끼치는 것은 그동안 예랑이 조금 철없기는 했지만 한없이 다정하고 예쁜 말만 하던 사람이었던 점이었다.
A씨는 "저도 물론 친구와 남자친구 대하는 게 다르긴 하다. 하지만 이건 정도를 넘어 이중인격자 수준인 것 같다. 나를 사랑한다고 한 말도 의심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예랑과 A씨 사이를 잘 알고 있는 한 친구는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좋으면서 싫은척 하는 거다"라며 "말을 장난스럽게 웃기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위로했다.
청첩장까지 다 만들어 돌리려던 찰라에 이같은 속마음을 알게 된 A씨는 마치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다.
"파혼이 답인건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내 앞에선 더 없이 다정다감하게 잘해줬던 예랑, 또 어디서 어떻게 그런 남자를 만날까 생각하면 너무 우울해요. 차라리 혼자 살까요?"
네티즌들은 "와이프 될 사람 욕을 저렇게 하는 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 "다른 말들도 문제지만 처가집 흉까지 보는 건 아닌 것 같다" "저런 소리 듣고 결혼하면 솔직히 불행할 것 같다. 그런 인생 살 바에 파혼하는 것이 좋을 듯", "부끄러워서 그렇게 말을 했다기엔 예비처가를 걸고 넘어진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A만 욕한 것은 넘어갈 수 있어도 가족을 걸고 넘어진 것은 용서할 수가 없다",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그건 그냥 본성", "엄마가 만든 음식 뒤에서 욕하는 사람이랑 평생 살고 싶지 않을 듯" 이라고 함께 분노하며 조언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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