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해제 표결 막는 국회 통제 계획 있었다"

입력 2018-07-20 17:55
靑 '계엄 문건' 세부자료 공개

비상계엄 선포문 등 이미 작성
'집회 예상' 광화문·여의도에
탱크·장갑차 등 신속 투입 계획

계엄사령관에 육참총장 추천
국정원 2차장이 계엄사령관 보좌

국회의원 현행범으로 사법처리
여당 불참…정족수 미달 계획도


[ 손성태 기자 ]
청와대는 20일 박근혜 정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해 3월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에서 계엄 선포와 동시에 언론을 사전 검열하고 야간에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 탱크를 투입하는 등 구체적인 세부계획을 수립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건에는 특히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해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을 계엄 해제 국회 의결과정에 불참시키는 내용도 담겼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무사가 지난해 작성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에 따른 세부 자료가 전날 국방부를 통해 청와대에 제출됐다”며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이날 일부 공개한 ‘대비계획 세부자료’ 부속 문건에는 계엄 이후 국가정보원, 국회, 언론 등에 대한 세밀한 통제 계획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또 문건은 단계별 대응계획, 위수령,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 4개 큰 제목과 21개 항목으로 구성됐으며 모두 67쪽 분량이라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세부자료 내용을 보면 계엄을 성공시키기 위해 보안 유지 하에 신속하게 계엄 선포, 계엄군 주요 (길)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 여부가 관건이라고 적시돼 있다”며 “자료에는 비상계엄 선포문과 계엄 포고문도 작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건은 특히 중요시설 494개소 및 집회 예상지역인 광화문과 여의도 2개소에는 기계화사단 기갑여단, 특전사로 편성된 계엄임무 수행군을 전차와 장갑차를 이용해 신속하게 투입하는 계획도 수립됐다”며 “통상의 매뉴얼과 달리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육군 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추천하는 판단 요소와 검토 결과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국회 통제와 관련, “20대 여소야대 국회에서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해 당정협의를 거쳐 국회 의결에 여당(자유한국당) 의원을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있었다”며 “또 국회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해 의결 정족수를 미달시키는 계획도 세웠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하게 하고, 국정원 2차장이 계엄사령관을 보좌하도록 하는 등의 통제계획이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문건 공개 배경과 관련, “어제 청와대로 전달됐고 문재인 대통령도 봤다”며 “문건의 중대성과 국민의 관심이 높은 만큼 신속하게 공개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계엄령 문건 의혹을 수사 중인 국방부 산하 특별수사단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기무사가 제출한 USB(이동식저장장치)에서 계엄령 관련 세부 자료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USB에 저장된 자료는 청와대가 공개한 것과 같은 것이다.

특수단은 기무사 계엄문건 작성에 관여한 실무급 요원 5명을 소환 조사하는 등 청와대 발표를 계기로 수사에 탄력이 붙는 분위기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