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부 '관세 공청회'…美업계 한목소리로 반대
"수입차가 미국 안보에 위협 증거 없어
25% 관세 땐 미국내 판매 200만대 급감
해외공장 많은 미국 기업들도 타격 입어"
[ 설지연/워싱턴=박수진 기자 ]
“수입차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이 200만 대 줄고 일자리 71만4700개가 사라질 것이다.”(미 자동차연구소)
“수입차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증거가 없다.”(매트 블런트 미 자동차무역정책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 자동차 업계가 일제히 반발했다. 미 상무부가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연 ‘수입차 관세’ 공청회에서 발언한 43명 가운데 자동차노조연맹(UAW)을 제외한 42명이 관세 부과에 반대했을 정도다.
◆“일자리 최대 71만 개 사라질 것”
이날 공청회는 오전 8시30분 시작돼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공청회장에 마련된 400여 석 자리는 업계 관계자와 취재진으로 꽉 찼다. 미 정부의 관세 부과 움직임에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미국 자동차제조업연맹(AAM), 미국자동차딜러협회(NADA), 미국제조업협회(NAM), 자동차무역정책위원회(AAPC) 등 미 자동차업계를 대변하는 4개 단체 모두 수입차 관세 부과에 반대했다.
제니퍼 토머스 AAM 부회장은 “자동차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결국 차 가격이 인상되고 수요가 줄어든다”며 “약 10%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AAM은 수입차에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평균 판매가격이 대당 5800달러(약 650만원)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매트 블런트 AAPC 위원장은 “차산업 위축으로 최소 62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자동차 업체들의 미국 내 투자가 줄어들면 결국 미국 차 경쟁력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자동차연구소는 이날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이 200만 대 줄고 71만47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현재 3만5000달러 수준인 자동차 평균 판매가격은 4400달러(약 500만원)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내 생산차는 2270달러, 수입차는 6875달러 가격이 뛸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터 웰치 NADA 회장은 “관세 부과나 쿼터제(할당량) 도입은 경쟁을 막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중고차 가격과 자동차 수리 비용만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자동차업계 ‘관세 반대’ 압도적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대표 자동차업체와 부품업체, 자동차 딜러 대표 등은 공청회에서 “수입차 관세가 일자리를 뺏고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해외 공장이 많은 미국 기업도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보복관세로 차 가격이 올라 수요가 위축되고 해외 판매도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에서 일하는 존 홀은 “자동차 수입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조금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25% 관세가 부과되면 생산비용이 10% 인상되고 나를 포함한 많은 노동자가 생계를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청회장 밖에서도 자동차업체 노동자들의 관세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공청회와는 별도로 자동차 관세에 반대하는 의견서 2300여 건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광범위한 반대는 찬성과 반대가 공존한 이전 중국산 수입품 관세 청문회와 대조적인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유일하게 관세 부과를 지지한 곳은 UAW였다. 하지만 이들도 전면적 관세 부과엔 반대했다. UAW는 “멕시코산 자동차에 국한한 수입 규제 등 좀 더 타깃을 명확히 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차와 차 부품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조사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일까지 공청회를 연 뒤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설지연 기자/워싱턴=박수진 특파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