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 은정진 기자 ]
‘마약 김밥’과 ‘마약 떡볶이’를 먹고 ‘마약 베개’를 베고 잠을 자지만 우리는 진짜 마약은 모른다. 마약에 대한 대중의 일반적 인식은 ‘마약은 절대 해선 안 된다’와 ‘하면 어떤 느낌일까. 한번 해보고 싶다’로 나뉜다. 무언가를 잘 모를 때 우리는 보통 그것을 동경하거나 혐오한다. 마약도 마찬가지다.
마약 관련 팟캐스트 진행자 오후가 쓴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는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언급을 금기시하는 마약에 대해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교양서다. 마약의 ‘마’자가 악마를 뜻하는 게 아니라 ‘마비시킨다’는 의미로 쓰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선사시대 때부터 근세 아편무역을 거쳐 지금까지 책의 상당 부분은 어떻게 인류가 마약을 써 왔는지를 설명한다. 대마초, 헤로인, 코카인 등 천연마약부터 엑스터시, 메스암페타민(필로폰), 프로포폴과 등 합성마약까지 종류도 꽤 심층적으로 나열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구어체로 이어지는 문체는 마약에 대한 지루한 설명 대신 ‘마약이 왜 금지되는지 알아? 마약은 이런 거야’라고 말해주는 동네 형의 조언 같은 느낌을 준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미국 인기 드라마 ‘나르코스’를 본 사람이라면 흥미를 가질 부분도 있다.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에 대한 내용이다. 1980년대 세계 코카인의 본거지이던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마약 카르텔을 창시한 그가 국가의 묵인하에 어떤 식으로 돈을 벌어 어떻게 썼는지, 그리고 그가 어떤 말로를 맞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에스코바르 제거에 변환점이 되는 중요 인물인 세사르 가비리아 콜롬비아 대통령을 가리비아 대통령으로 수차례 잘못 표기한 점은 옥에 티다. (오후 지음, 동아시아, 300쪽, 1만5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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