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20번 넘게 韓 들락날락"
'불법' 지목 뒤에도 제재 안받아
[ 김채연 기자 ] 지난해 10월 북한산 석탄을 싣고 입항했던 선박들이 불과 2주 전인 지난 4일에도 부산항에 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한 이들 선박은 지난해 10월 이후 최소 20번 넘게 한국 항구에 정박했지만 억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19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해 10월 한국 포항에 북한산 석탄을 싣고 입항한 ‘리치 글로리’호가 지난 4일 부산항에 입항 기록을 남겼다고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리치 글로리’호의 한국 방문은 지난해 10월11일 처음 북한산 석탄을 포항 항구에 하역한 뒤에도 여러 차례 이뤄졌다. 이 선박은 11월 포항과 묵호, 울산항에 입항하거나 정박했다. 또 12월에는 부산항에 세 차례 입항했으며 올 들어서도 평택과 부산, 인천항에 수차례 들어왔다.
‘리치 글로리’호는 지난해 10월11일 이후 약 9개월 동안 최소 16차례 한국에 입항했으나 한국 정부로부터는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불법 선박이라고 공식 지목한 지난 3월 이후에도 한국을 여섯 차례 방문했지만 제재 이행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해 12월 채택한 결의 2397호는 위법 행위에 연루됐거나 불법 품목을 운반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선박에 대해 유엔 회원국이 억류와 검사,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산 석탄을 운반한 또 다른 선박 ‘스카이 엔젤’호 역시 지난해 10월 북한산 석탄을 인천항에 하역한 뒤 11월 부산항, 12월 옥포항에 들어왔다. 또 올 2월과 5월 울산항에, 6월 평택항에 입항했다. VOA는 불법 행위가 발각된 뒤에도 불과 한 달 전까지 최소 여섯 차례 자유롭게 한국을 드나들었다고 밝혔다. 이들 선박은 각각 파나마와 시에라리온 선적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 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