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바른·한국경제신문 주최 '대북투자 설명회'
남한 자금 중심 투자 '경계'
中기업 등과 합작 고려할 만
남한에 근거 두고 北 가려는
외국기업과 파트너 되면 기회
北 법률 모호하고 모순 많아
주무관청 확인하는 건 필수
육류가공·항만·전력산업 유망
[ 박종서 기자 ]
“북한 투자에 나서려는 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자금 마련이겠지만 투자금 회수 계획을 철저히 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투자자에게 합리적인 자금 회수 방안을 제시할 수 없다면 사업 아이템이 아무리 좋아도 돈을 모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북(對北) 투자 전문가인 이태호 삼일회계법인 남북투자지원센터장은 “투자자가 안심하고 자신의 돈을 돌려받도록 해주는 게 성공적 대북 투자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투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지난 1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대북투자설명회에서다. 투자설명회에는 이 센터장과 함께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최재웅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가 연사로 참여했다. 이 행사는 법무법인 바른과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후원했다.
남북경협기금 고갈 고려해야
이 센터장은 기업인들이 대북 투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직접 돈을 대 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여전히 강력한 데다 개성공단을 조성할 때와 달리 남북경제협력기금마저 고갈됐다”며 “자금 마련 해법은 결국 민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이 투자자의 안정적 자금 회수 계획을 강조한 배경이다. 그는 “정부 자금은 정치적 고려에 따라 배분할 수 있지만 민간 자금은 수익률과 안정성이 투자 결정의 관건”이라며 “회수 계획이 철저할수록 자금을 구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한 자금 중심의 대북 투자에도 경계감을 나타냈다. 역시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다. 그는 “해외 자금은 투자자와 기업인에게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의 좋은 수단이 된다”며 “개성공단에 중국 자금이 들어가 있었다면 공단 폐쇄 결정이 좀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투자공사(CIC)가 참여하는 대북 사업이라면 투자를 검토해보겠다는 투자자가 생겨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게 이 센터장의 분석이다.
법률 모호하고 법률 간 모순도 발생
최 변호사는 대북 투자에 앞서 어떤 국적의 기업으로 진출할지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북한은 외국 기업에 외국인투자법을 적용하지만 남한 기업에는 남북한 간 합의서에 기초해 개성공업지구법 등으로 규제한다. 그는 “한국에서 바로 투자할 때와 중국 등에 법인을 세워 북한에 진출할 때의 투자 대상 지역과 세금, 분쟁 해결 방식이 다르다”고 조언했다. 한국 기업은 남북 간 물자교역에서 무관세 원칙을 적용받고, 기업 간 분쟁이 발생하면 법원의 집행 판결 없이도 바로 집행할 수 있다.
외국 기업은 북한 기업과 합영(지분에 따라 수익금 배분) 또는 합작(북한 기업의 수익금을 사전에 결정) 형태로 회사를 설립할 수 있고, 지분율 100%의 외국인투자기업으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합영이나 합작 기업은 북한 지역 어디에서나 사업을 할 수 있지만 외국인투자기업은 나진·선봉경제무역지대에만 진출할 수 있다. 세율도 약간씩 다르다. 최 변호사는 “북한에 투자하려는 해외 기업도 현지에서 직접 투자를 하거나 남한에 본사를 두고 우회해서 들어갈 수 있다”며 “남한을 근거지로 하려는 외국 기업과 파트너가 되는 것도 좋은 사업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북한의 법 규정이 모호하다는 점을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 규범에 구체성이 떨어지고 규정들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담당자의 해석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법에 중앙민족경제협력지도기관을 둔다고 했는데 이런 이름의 기관은 없고 대신 민족경제협력위원회가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며 “해당 법률의 주무관청이 어디인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도축 등 육류 가공업계에도 기회
김 이사장은 대북 투자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의 월급이 15만원에 불과하다”며 “임금 수준이 낮고 생산성은 높다는 게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책임감이 강하고 이직률도 낮기 때문에 북한이 제조업 공장의 입지로 베트남이나 중국보다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시설과 관련해서는 도로와 철도보다는 항만이 유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센터장은 “북한 철도는 98%가 단선인 데다 지방으로 들어가면 철로가 좁아져 화물을 갈아 실어야 하고, 도로 또한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물류 인프라로서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북한의 폐쇄성까지 고려하면 항만을 중심으로 한 경제 개발이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력산업에 대한 관심도 환기했다. 이 센터장은 “북한의 전력 사정이 심각하기 때문에 남한 전력을 끌어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남한의 전력 생산이 늘어나고 송전 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북한이 축산단지를 조성했는데 도축 등 가공시설이 미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곳에서도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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