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꿀벌과 함께하는 전원생활 …"집보다 기술에 투자"

입력 2018-07-17 07:30
김경래의 전원생활 문답(9)



강원도 삼척 장호항을 지나 용화해수욕장을 잇는 바닷길은 한국의 나폴리로 불릴 정도로 아름답다. 용화 바다에서 서쪽을 건너다보면 태백산 줄기가 우뚝하다. 그 아래로 올망졸망한 산들이 있는데 그 중 금봉산이 있고 그 아래 삿갓봉이란 봉우리가 있다.

용화 바다에서 삿갓봉 아랫마을로 가는 길은 해파랑길이다. 해파랑길은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부산 오륙도까지 이어지는 우리나라 최장의 탐방로다. 해변길, 숲길, 산길, 마을길 등 769.9㎞를 끊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그 길섶서 귀농한 박순정씨 내외를 만났다.

“어차피 올 거였으면 몇 년이라도 일찍 오는 건데 늦게 온 것이 가장 큰 후회죠.”

“시골 와 살면서 후회하는 것은 업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이다. 빨리 못 온 것을 후회한다는 말은 이곳 생활이 대만족이란 얘기와 같을 게다.

사실 이들 부부는 이곳서 살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10년 전 쯤 알고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좋은 땅이 있으니 사라는 말만 듣고 현장을 가 보지도 않고 약 4300㎡ 논을 샀다. 투자 겸 나중에 혹시 필요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서다.

잊고 지내다 한 참 후 자신이 사 둔 땅을 가봤다. 산이 감싸안고 있고 앞쪽으로 작은 냇물도 흐르는 것이 휴양지로 좋았다. 자동차로 5분 정도 나가면 용화해수욕장과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장호항이 있다.


자신의 집 앞으로 난 작은 시골길이 ‘해파랑길’ 일부란 것도 나중에 알았다. 탐방객이 지나다 “마당에 텐트를 치고 하루 묵어갈 수 없겠냐”해 그러라고 했다. 그 때 마당 끝으로 지나가는 길이 걷는 길로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로 치는 유명한 길이란 것도 알게 됐다.

땅을 사고 난 후 처음에는 이따금 찾아 가족들이 휴양하는 주말농장으로 이용했다. 내려오면 잠깐씩 쉬다 갈 수 있는 컨테이너박스를 하나 준비해 놓았는데 그게 주말주택이었다.

그렇게 5년 정도를 다니다 보니 내려와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출가를 했고 아내와 단 둘이 용인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처음에는 주저하던 아내도 동의를 했다.

정말 손쉽게 내린 결정이었고 장난 같은 시작이었다. 그게 5년 전이었고 그의 나이 쉰 살 되던 해다. 막상 내려와 살아보면서 좀 더 일찍 왔으면 하는 후회를 많이 한다. 10년 정도만 빨랐으면 시골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았을 거란 생각에서다.

그렇다고 지금의 생활에 불만족한 것은 아니다. 박순정 씨 내외는 이곳 생활에 매우 만족 다. 도시서 교육사업을 했던 그는 배우는 것을 좋아해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빠짐없이 챙긴다. 특수작물재배기술부터 과일나무 기르기, 발효, 도시농업 등 많은 것을 배웠고 떫은 감나무 등을 재배해 임업후계자 인증도 받았다.


재작년부터는 양봉에 빠졌다. 교육도 받고 선도농가에서 실습도 했다. 지금은 양봉 30군을 직접 치고 있다. 작년부터 얼마 되지는 않지만 꿀을 수확해 판매도 한다. 나이 들어 할 수 있는 가장 알맞은 농사란 생각에서 적극적으로 시작했다.

전원생활을 시작하며 집에 너무 무리하게 투자해 나중에 힘들어 하고 후회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래서 내려올 때 집에 대한 투자는 최소화했다.

주말주택처럼 이용하던 기존 컨테이너 옆에 띄워서 다른 컨테이너를 하나 더 갖다 놓고 가운데 샌드위치판넬로 새로 집을 지었다. 컨테이너 2개와 조립식판넬로 지은 20평 조금 넘는 ㄱ자형 집이다. 한쪽은 거실이고 한쪽은 안방 겸 주방이다. 그 옆에 별채로 손님방이 있는 구조다. 아내 정인숙 씨가 살림하기 불편하다고 이따금 잔소리는 하지만 사는 데는 그만하면 됐다 여긴다.

이렇게 집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한 10년 정도 이곳서 지내다 다시 도시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나이 들어 힘이 부치고 또 병원신세도 져야 할 때가 되면 도시생활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덩치를 키워놓으면 도시로 돌아갈 때 쉽게 손을 털 수 없다.

도시에 살던 아파트도 팔지 않았고 고스란히 남겨 놓았다. 지금은 딸네가 살고 있어 이따금 손자 손녀들이 보고 싶으면 편하게 다녀온다.

귀농·귀촌을 해도 도시를 버리는 것이 아니고 남겨 놓는 것이 요즘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의 대표적 트랜드다. 도시에 살면서 언제든 돌아갈 고향이 있고 그곳에 땅이 있으면 든든하다. 시골서 살다 나이 들어 병원신세를 져야 할 때 돌아갈 아파트가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안정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박순정 씨 부부의 전원생활 모습을 보면서 깨닫은 점이다.

* 전원생활 문답

[문] 임업후계자는 어떻게 되나요?

[답] 임업 및 산촌 진흥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3조(임업후계자의 요건)에 따르면 임업후계자가 자격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55세 미만의 자로서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따른 산림경영계획에 따라 임업을 경영하거나 경영하려는 사람 중 (1) ‘임업 및 산촌 진흥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제1호에 따른 개인독림가의 자녀 (2) 3㏊ 이상의 산림을 소유(세대를 같이 하는 직계존·비속, 배우자 또는 형제자매의 명의로 소유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고 있는 자 (3) 10㏊ 이상의 국유림 또는 공유림을 대부받거나 분수림을 설정받은 자 중 하나에 해당되면 됩니다.
둘째는 산림청장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 이상의 산림용 종자, 산림용 묘목(조경수를 포함한다), 버섯, 분재, 야생화, 산채, 그 밖의 임산물을 생산하거나 생산하려는 사람입니다.


이런 자격을 갖춘 후에도 산림 임업 관련 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관련 교육을 40시간 이상 이수하고 산림경영계획서 작성해 토지소유지나 주소지 시군청에 임업후계자 지정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문] 임업후계자가 되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나요?

[답] 임업후계자가 되면 다음과 같은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임업용으로 연간 80㎥(일반인 10㎥)이내 입목 임의 벌채 허용(산자법 시행규칙 제47조)

- 산림조합, 산림조합중앙회와 같이 산림시업 대행 가능(산자법 제23조) 단, 50ha 이상 산림을 소유하고 이를 경영하고 있는 법인 또는 단체나 산림경영기술자이어야 함

- 산림경영계획에 의한 입목벌채가 수반되는 사업신고시 ‘벌채구역도’ 및 ‘벌채수량조사서’ 첨부 생략(산자법 시행규칙 제10조)

- 산림사업종합자금의 융자 : 임야매입, 임도시설, 자연휴양림조성 등 2억원한도 융자(연 1% ~ 3%), 단기산림소득사업 및 기타 산림사업을 목적으로 소요되는 자금 등(1억원 한도 연 2%)

- 임업경영에 필요한 목재생산장비, 용수저장 관리시설 등 임업생산 기계장비 등 지원(단, 임업후계자중 10㏊이상 산림소유, 굴삭기는 15㏊이상 산림 소유, 1인 개인별 사업비 총액 1억원 이내)

- 산림경영계획에 의한 반영 산림경영계획 국비?지방비 지원사업으로 우선선정

- 숲가꾸기 사업 등 국비 지방비 지원사업으로 우선선정

- 독림가 또는 임업후계자가 직접 임업을 하기 위하여 교환·분합하는 임야의 취득세 면제

- 독림가 또는 임업후계자가 보전산지(99만㎡ 이내)를 취득하는 경우에는 취득세의 100분의 50을 경감

글=김경래 OK시골 대표
정리=집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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