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래리 핑크 "미중 2000억달러 관세 부과 땐 뉴욕증시 10~15% 하락"

입력 2018-07-17 06:55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에서 존경받는 인물입니다.

1980년대 퍼스트보스턴은행에 근무할 때 금리 예측을 잘못하는 바람에 1억달러를 날린 경험이 있는 그는 이후 위험관리의 달인이 됐습니다. 블랙스톤에서 일하던 그는 1988년 블랙록을 설립해 CEO가 됐고, 지금도 CEO를 맡고 있습니다.

이런 핑크 CEO가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2000억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그 전에 미국 증시가 10~15%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핑크 CEO는 미국의 투자자들이 지금까지는 무역전쟁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매수에 나섰지만, 무역 전쟁이 악화되면서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경제는 최근 글로벌 동시 회복 기조가 붕괴된 상태에서 유럽 일본 신흥국 등을 넘어서는 성장세를 보여왔습니다.

무역전쟁 공포로 인해 이미 일부 투자자들은 주식 시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비록 미국 기업들은 기록적인 속도로 자사주매입에 나서고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현금을 보유하는 게 주식을 갖고 있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지난 2분기 블랙록의 주식 투자상품에서는 224억달러가 빠져나갔고, 178억달러가 유입됐습니다. 채권 등 다른 투자 상품을 포함한 전체로는 2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순유입됐습니다.


미국 증시는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지난 주에도 다우 기준으로 2.3%나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상반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를 분석해 페이스북, 아마존과 넷플릭스, 알파벳, 애플 등 다섯 개의 FANNG 주식을 제외하면 S&P 500 수익률은 -0.7 % 였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주를 제외하면 돈을 벌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핑크 CEO는 시장 상황이 불확실해지고는 있지만 성장에 대한 우려는 지나칠 수 있으며 미국 증시가 계속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핑크 CEO는 “지금이 1994년과 비슷한가”라고 반문했습니다. 1994년 당시 뉴욕 증시는 성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 중앙은행(Fed)의 완화적 정책 속에 이후 5년간 강세장이 이어졌습니다. 핑크 CEO는 “미국 경제가 계속 성장할 수 있고 무역 문제는 그리 큰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부터 1 년 후에 보면 시장은 상승해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핑크 CEO는 또 아직은 미중 갈등이 전쟁 상태는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직은 세계 GDP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에 ‘무역 싸음’ 혹은 ‘작은 수준의 충돌’이라고 하는 게 더 낫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를 제안했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지켜보자. 지금은 협상 중이며, 해결책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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