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글에 대한 네티즌의 냉철한 의견을 공유하고 전문가와 함께 생각해보는 [와글와글]. 이번엔 아이 출산 후 갑자기 회사에 야근이 많아지고 휴일근무까지 하는 남편이 의아하다는 주부 A씨의 사연이다.
누군가에는 고민할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소수의 사연들이 사실은 내 가족이나 친구가 겪고 있는 현실 일지 모른다. 다양한 일상 속 천태만상을 통해 우리 이웃들의 오늘을 들여다보자.
A씨는 "남편이 일부러 일하러 가는 것 같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변한 남편의 일상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A씨에 따르면 출산 전만 해도 남편은 휴일 다 쉬고 정시퇴근하는 꿀직업을 가진 직장인이었다.
그런데 출산 후 조리원 2주를 보내고 집에 와서 함께 공동육아를 한지 1주일.
아내가 잠을 못 잔다며 교대로 밤중 수유도 해주고 헌신적으로 육아를 해주는 남편에 고마워했던 것도 잠시.
아무리 늦어도 7시면 귀가하던 남편의 귀가시간은 한두 시간씩 늦어지더니 이제 밤 11시로 고정됐다.
게다가 명절은 제외한 공휴일에도 "거래처가 일을 해서 어쩔 수 없다"면서 꼬박꼬박 출근한다.
일요일 빼고 매일 출근하고 밤이 돼야 퇴근을 할 정도면 수당 등 월급도 올라야 하는데 매달 받아오는 월급은 비슷하다.
술을 먹지도 않고 귀가하는 남편에게 "요즘 왜 회사 일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냐. 그렇게 회사 일이 바쁘냐"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일관됐다.
"회사가 힘들어져서 잘 보이려면 어쩔 수 없어. 회사 그만두고 딴 데 갈 곳 있는 것도 아닌데 당신 힘든 건 알지만 조금만 참자."
A씨는 "남편이 바빠서 하루 종일 애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역할분담이라 생각해서 상관없지만 갑자기 출산 후 바빠진 남편이 일부러 늦게 들어오는 게 아닌지 의심이 돼서 답답하다"고 했다.
수상한 점은 그렇게 집에는 잠만 자러 들어오는 남편이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고 전보다 더 쌩쌩하다는 것. 바람피우는 게 아닌가 처음엔 의심했지만 휴대폰을 잠그거나 지운 흔적도 전혀 없다.
A씨는 "좋게 생각하면 일주일 내내 바쁜 남편이 피곤한 기색도 없이 일요일에 아이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면 고마워야 되는데 왜 이상한 생각이 드는지 설명할 길이 없다"면서 "혹시 아이 보기 싫어서 일부러 집에 오지 않는 것은 아닌가 싶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으니 내 의심은 커져만 간다. 독박 육아에 미쳐서 드디어 피해 망상이 시작된 건가"라며 하소연했다.
이같은 A씨의 사연에 네티즌들은 "남자친구가 그러는데 할 일도 없는데 육아하기 싫어서 퇴근시간 후 빈둥대는 직원이 많다고 한다", "사무직은 포괄임금제라는 연봉제가 있어서 야근해도 월급이 늘어나지 않는다. 생산직이나 공무원의 경우 칼같이 연장근무 수당 나온다. 월급이 그대로라면 지금 남편분은 애 보기 싫어서 꼼수 부리는 게 맞는 것 같다", "우리 회사 대리랑 똑같다. 공공기관이라 굳이 야근할 필요도 없는데 집 안 가고 회사에서 저녁 먹고 컴퓨터 하다가 집 간다. 술 안 좋아해서 술 마시는 것도 아닌데 아이 보기 싫다더라", "그렇게 일했으면 월급에서 차이가 보여야 하는데 차이도 없는데 집에 안 들어오는 거면 육아하기 싫어서 남들 다 퇴근한 회사에서 게임하거나 일부러 일 시간 끌면서 해서 남아 있는 것이다. 회사 다녀보면 알 수 있다" 등의 조언을 전했다.
한 네티즌은 "아이 안 보려고 일 핑계 대고 일부러 늦게 가는 남자가 있다니 같은 남자로서 X팔린다"면서 "애 보기 싫으면 그 시간에 대리라도 뛰어서 돈이라도 벌면 말을 안 하겠지만, 남의 애도 아니고 뭐 하는 짓인가. 그런 게 쌓이면 애들은 엄마하고만 애착이 쌓이고, 남자는 집에서 겉돌고 결국 무시당하면서 돈 벌어다 주는 기계가 되는 걸 자처하는 것이다"라고 일침을 날렸다.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는 "아이 육아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들이 상당수 있다"면서 "아이 육아는 엄마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남편이 갑자기 출산 후 회사일 때문에 계속해서 늦는다는 것은 일종의 핑계로 보인다"면서 "요즘 노동시간 단축으로 매일 밤늦게까지 일을 시키는 회사도 줄어들었고 하필 출산 후에 늦게 들어오는 것은 아이 육아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아내가 한 번쯤 회사에 전화해서 확인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면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 서글프지만 근본적으로 남편이 아내가 서운하지 않게 적극적으로 아이 육아에 참여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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