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하반기 경제운용에 부담될 것"
재정·통화정책 조화 운용키로…긴밀히 협력해 소통 강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을 두자릿 수로 인상한 데 대해 하반기 경제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부총리는 16일 오전 서울 중국 한국은행 본관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회동한 후 기자들과 만나 "취약 계층에 있는 근로자를 봤을 때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다"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올린 '835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6.4% 상승한 7350원으로 결정한 데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인상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경제를 운용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하반기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올해 일부 연령층, 업종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현실화하는 조짐이 보이고, 사업자 부담 능력에 따른 고용 부담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했다.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을 위해 시장과 기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심리를 촉진시켜야 하는데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여기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 영세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 및 보안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안정자금을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김 부총리는 "일자리 안정자금의 효과는 일부 있지만 재정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회 의결대로 정해진 한도 내에서 운용의 묘를 살리고 최저임금을 연착륙 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자리안정자금이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30인 미만 고용사업주에게 월급 190만원 미만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 약 3조원 한도 내에서 지원된 바 있으나,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 후 지원 한도를 3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하반기 경제전망에 어느 정도 반영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앞서 한국은행은 7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동결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그는 "하반기 전망 당시 최저임금 인상을 전제로 했다"며 "숫자가 이번 최저임금 인상분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지만 염두에 두고 예상했기 때문에 이번 인상 결정으로 크게 더 바뀐다고 볼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특히 글로벌 무역분쟁이 심화되는 것을 우려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상황에 따라 국내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그는 이날 간담회 전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국제금융 여건 변화에 따라 신흥국 금융불안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어 경계를 늦출 수 없다"며 "리스크 전개에 대해 기재부와 한은이 같이 고민하는 것은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무역갈등에서 시작된 금융시장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데 대해선 "원화 약세라고 보기보다 미 달러화 강세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며 "최근 3개월을 보면 원화의 흐름은 다른 나라 통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6월 중순 이후 단기간에 많이 하락하면서 원화가 약세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 전개 추이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부총리와 이 총재는 조찬 간담회를 가지며 경제 전반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거시경제 투톱'으로 불리는 양 수장의 회동은 석 달만에 이뤄진 것으로, 거시경제 및 금융·외환부문 안정을 위한 정책방향에 대해 폭넒은 의견을 교환했다.
정부와 한은은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상호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재정·통화정책을 조화롭게 운용(policy-mix)하고, 대내외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면밀한 시장 모니터링 등 선제적 대응체계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은 측도 "고용부진 등으로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 미국 금리인상 등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데 양측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날 자리에는 김동연 부총리와 이주열 총재 외에 정부 측에선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김용진 2차관, 이찬우 차관보, 황건일 국제경제관리관이 참석했다. 한은에서는 윤면식 부총재, 허진호 부총재보, 유상대 부총재보, 정규일 부총재보가 배석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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