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증세’에 초점이 맞춰진 조세 정책 탓에 잠재 세수(稅收)손실이 55조원을 넘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홍우영 한성대 교수와 강성훈 한양대 교수가 한국재정학회 최신호에 게재한 ‘소득세 법정세율과 실효세율 격차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다.
두 교수는 “고소득층을 제외한 중·상위 소득계층에 과도한 비과세·감면 혜택을 부여해 야기되는 잠재 세금 손실액이 2014년 47조원에서 2015년 55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2015년 근로소득세 총 세수가 28조3000억원임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걷을 수 있는 소득세(55조4000억원+28조3000억원)의 3분의 1만 걷은 셈이다.
근로소득자의 46.8%(2015년)가 면세자인 기형적인 한국의 담세(擔稅)구조를 감안하더라도 잠재 세수 손실액 규모는 충격적이다. 근로소득자 면세비율은 영국 6%, 일본 16%, 독일 20% 선에 불과하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벌주기식’ 부자증세는 공정과세에 어긋나고 세원 증대 효과도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 게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두 교수가 논문에서 “중·상위 소득계층의 비과세·감면제도를 축소하라”고 촉구한 것은 그런 점에서 설득력이 없지 않다.
하지만 세정은 이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고소득자 과표 인상과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강행하는 등 ‘부자증세’를 단행했다. 올해도 부동산 보유세 인상 등으로 이런 기조를 한층 강화할 태세다. 과세 기반 확충보다는 징벌적 과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득세뿐이 아니다. 법인세 역시 47.1%의 기업은 전혀 세금을 내지 않는 반면 상위 10%가 91.7%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세 공평성을 말하기 어렵다.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에 맞게 ‘낮은 세율, 넓은 세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세원확보에도 더 효과적이며 공정과세를 실천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