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청사에서 열린 한 공모전에서 북한 김정은을 칭찬하고 사실상 북핵(北核)을 옹호한 작품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상으로 축사까지 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그것도 서울시 본청 건물에서 이런 행사가 버젓이 열렸다니 말문이 막힌다. ‘4·27 남북 정상회담 기념 감상작 공모전’이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지난 7일 평화이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민족재단 등 통일을 지향한다는 소위 ‘진보단체들’이 열었다.
10여 편의 수상작 중 일부는 한국 근대사를 폄하하고 친북·반미 색채를 띠는 것이었다고 한다. 중학생 두 명이 만든 영상 부문 최고상은 ‘통일 한국은 핵 보유국’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으면 통일 한국은 핵 보유국이 되니 핵을 지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필 부문 우수작은 경어(敬語)를 써가며 김정은을 칭송했다. “‘하나의 핏줄, 하나의 언어, 하나의 역사, 하나의 문화를 가진 북과 남은 원래대로 하나가 되어’라고 하신 말씀은 제가 생각했던 통일의 모습이었다”고 적었다. 수상작 중에는 “우리 사회 대부분의 모순과 역사 왜곡은 미국과 매국노들의 국정농단에서 비롯됐다”는 등 편향된 역사관을 드러낸 것도 있다.
북한 선전매체에서나 나올 법한 내용이 담긴 작품들을 우수작이라고 선정한 것이다. 도대체 대명천지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나. 서울시는 논란이 일자 “시상 작품들의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수긍하기 어렵다. 행사 주최자들의 면면만 봐도 행사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평화이음은 2015년 친북인사인 신은미 씨와 콘서트를 열었고,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황선 씨가 소속된 단체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지난 5월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하며 반미(反美)시위를 벌였다.
아무리 미·북 대화가 진행 중이고 남북 간 화해무드가 무르익고 있다고 해도 대한민국 체제를 사실상 부정하는 일들이 서울시 청사에서 벌어졌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박 시장과 서울시는 자초지종을 세세히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