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E 2018 현장취재] 무다시르 셰이카 카림 CEO 인터뷰
14개국 진출, 기업가치 12억弗… ‘중동서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 꼽혀
“현금결제 첫 도입, 여성승객 안전 강화… ‘현지 맞춤형’ 서비스로 우버 앞서”
“우리 목표의 1% 달성했을 뿐… 아프리카 등으로 확장”
중동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게 그리 많지 않다. 보수적인 문화, 히잡을 쓴 여성, 혹은 이슬람국가(IS)로 상징되는 테러와 분쟁 같은 것들부터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중동의 적지 않은 국가들은 ‘오일 머니’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열심히 찾고 있다. 정부의 육성 정책과 풍부한 자본 유입에 힘입어 성공한 스타트업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본사를 둔 승차공유업체 카림(Careem)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카림은 UAE, 카타르, 파키스탄, 이집트, 터키 등 14개국 100여개 도시에서 2000만명 이상이 쓰고 있다. 중동에서 우버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으며, 기업가치가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12일 홍콩에서 열린 스타트업 콘퍼런스 ‘라이즈(RISE) 2018’에 참석한 카림의 공동창업자 무다시르 셰이카 대표를 한국경제신문이 만났다. 셰이카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을 거쳐 맥킨지 컨설턴트로 함께 일하던 마그누스 올슨과 2012년 카림을 함께 세웠다.
▷우버를 포함해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친 비결이 뭔가.
“중동의 특수한 현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로컬(local) 스타트업이어서가 아닐까. 사업에 있어 이 지역을 최우선시하고, 중동 사람의 생활양식에 가장 잘 맞는 서비스를 내놓고, 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중동 맞춤형 서비스’의 구체적 사례를 몇 가지 들자면.
“굉장히 많다. 기본적으로 이 지역 앱 가운데 현금 결제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중동엔 신용카드를 잘 쓰지 않는 사람이 많다. 카드가 없어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빠른 확산으로 이어졌고, 경쟁사는 1년 이상 지나서야 뒤따라왔다. 스마트폰 앱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콜센터를 체계적으로 갖춘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전화 통화만으로도 차량을 간편하게 호출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안전과 보안이다. 여성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보수적인 문화 때문에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카림은 운전자 이력 검증을 깐깐하게 했고, 고객의 전화번호를 운전자가 볼 수 없으며, 승차지점은 위험지역을 피하도록 했다. 중동의 거대 항공사나 통신사와 연계해 마케팅도 벌인다. 이런 디테일한 장점들이 이곳 소비자들로 하여금 지갑을 열게 하는 ‘페잉 포인트’였다고 본다.”
▷창업한 지 6년이 됐는데, 계속 빠르게 성장하고 있나.
“물론이다. 카림은 맨 처음 기업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서비스’로 시작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저렴한 값에 이용할 수 있는 ‘대중 서비스’로 변신하는 데 집중해 왔다. 우리는 아직 긴 여정의 초기 단계에 있을 뿐이다.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의 1~2%밖에 보여주지 않았다. 진출국도 아프리카 등을 중심으로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카림의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
“승차공유를 넘어 광범위한 인터넷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지난 6년은 플랫폼을 만들고, 브랜드를 알리고, 고객과 관계를 쌓아가고, 근거리 배달이나 메시징 서비스 등으로 조금씩 확장하며 기반을 갖춰가는 기간이었다. 앞으로 지역 내 다양한 비즈니스를 우리 서비스 안에 녹여낼 것이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뭐였나.
“시행착오가 하도 많아 어떤 것부터 얘기해야 할지…. 스타트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소는 결국 주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기 단계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그 기업의 문화를 결정한다. 이 사업을 하면서 가장 큰 실수로 기억하는 것도 우리와 맞지 않는 사람을 뽑아 고생했던 일이다. 모든 게 100% 들어맞을 수는 없겠지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잘 알고, 열정적으로 함께 뛸 수 있는 파트너인지를 채용 때마다 중요하게 본다.”
▷당신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동에서 모두 스타트업을 경험했다. 두 지역의 창업 생태계를 비교하자면.
“아주 많은 차이점이 있다. 실리콘밸리는 생태계가 너무나도 잘 갖춰져 있다. 재능 있는 인재, 넉넉한 자금, 여러 스타트업과의 교류와 멘토링 등 성공에 필요한 수많은 요소가 풍부한 곳이다. 중동 지역은 거기까지 미치진 못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실리콘밸리만큼 많지 않고 경쟁도 덜 치열한 게 사실이다. 다만 개선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기회가 크다는 뜻 아닌가. 최근 중동 스타트업 환경에도 매우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카림을 포함해 여러 성공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더 많은 자금과 인재가 몰려들고 있다. 커다란 성공사례가 몇 개 더 나온다면 중동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한층 탄탄해질 것이다.”
▷정부 규제와 관련한 여건은 어떤가.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을 만나보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힘을 실어준다. 승차공유 사업은 중동 경제에 두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는 일자리다. 지금 중동에선 실업문제가 빅 이슈다. 카림은 지금까지 100만명 가까운 운전자에게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매달 7만~8만개씩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교통 인프라다. 여러 국가와 도시 중 지하철 같은 교통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 수십억달러를 쓰기 힘든 곳이 적지 않다. ‘공유’ 개념을 통해 교통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물론 실무적인 단계로 들어가면 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이 남아있긴 하다. 다만 정부와 가깝게 일하면서 이런 상황을 해결해가려 노력하는 중이다.”
▷많은 승차공유 스타트업이 여러 나라에서 택시기사들과 갈등을 겪는다. 카림도 이집트 등에서 집단 반발에 직면한 적이 있지 않은가. 어떻게 극복했나.
“사실 참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우리는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택시노조나 택시연합회 등과 자주 마주앉아 대화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우리 플랫폼의 장점을 설명하고, 이 플랫폼을 활용해 성공한 사례를 알려주며 설득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승차공유업체들이 중동에서 어려웠던 것은 현지 택시기사에게 그다지 친화적이지 않았고 어떤 면에선 ‘적대적’으로 대응했던 영향도 있다.”
▷최근 우버가 카림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협상 중인 게 사실인가.
“‘노 코멘트’라고만 답하겠다.”
홍콩=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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